[인문사회]폭력없이 폭력을 추방할 순 없을까…‘폭력의 철학’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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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철학/사카이 다카시 지음·김은주 옮김/248쪽·1만2000원·산눈

젊은 사회학자인 저자는 ‘폭력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폭력과 비폭력을 나누는 데 회의적이다. 세계 도처에서 국가를 비롯해 수많은 집단과 개인이 사적 공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간디의 비폭력주의, 맬컴 엑스의 폭력주의, 한나 아렌트의 폭력론 비판,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스페인의 게릴라전 등을 오가면서 폭력의 메커니즘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책은 ‘폭력은 안 된다’는 정치가의 말부터 폭력을 잉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폭력은 안 되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는 자에게 폭력을 가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폭력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며 ‘예방 폭력’이 행사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원인인 된 로드니 킹 사건의 경우 백인 경찰 4명이 흑인 한 명을 무차별 구타하고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이러니는 경찰의 폭행을 고발한 비디오테이프가 무죄 판결의 증거가 됐다는 점. 경찰이 폭행을 멈추면 그 우람한 덩치의 흑인이 경찰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쳤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처럼 공포를 과잉생산하면서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폭력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폭력에는 폭력을’이라는 방식을 ‘대항폭력(counter-violence)’으로 규정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대신 ‘반폭력(anti-violenc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반폭력은 폭력을 구조화하는 제도를 해체하고 국가적 폭력을 근절시키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마틴 루서 킹, 간디가 구사한 ‘비폭력 직접행동’도 그중 하나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폭력을 절제하는 것은 내면에 숨겨진 적대성을 폭로하거나 구축하는 수단이며 대중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킹 목사의 발언도 상세히 소개한다.

책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 ‘배틀 로얄’ 등과 사회운동가와 철학자의 발언과 견해를 종합해 폭력의 구조를 쉽게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도 “반폭력과 대항 폭력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물러선 것처럼 폭력에 대한 대응은 아직 시론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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