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풍경]띠지의 흥망성쇠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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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신간을 보면 표지에 띠지를 두른 책이 많다. 이번 주 나온 책의 띠지를 보니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다.

‘내 안의 열정을 깨우는 여행. 스패니시처럼 노래하라, 춤춰라, 즐겨라’, ‘7년에 100억 모은 부자들의 이야기’, ‘아마존 2007년 상반기 최대 히트작’, ‘세계 석학들이 주목한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

서점에서 신간을 볼 때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띠지다. 표지에 직접 넣기는 곤란한 광고 문구를 별도의 띠지에 넣어 눈길을 잡기 위한 것이다. 띠지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띠지가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띠지 디자인이나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표지 하단에 두른 가로 띠지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세로로 두른 띠지도 등장했다. 속이 비치는 띠지도 있고 책 표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띠지도 있다. 띠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그러나 띠지를 표지에 두르는 일이 쉽지 않다. 원하는 위치에,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띠지를 끼워 넣으려면 사람이 일일이 작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띠지가 늘어나는 것은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에코의서재 출판사는 얼마 전 공상과학(SF) 소설집을 내면서 표지에 세로 띠지를 둘렀다. 조영희 대표의 설명.

“SF 소설 독자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과감하게 세로 띠지를 선택했는데, 그 전략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SF 소설 독자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서점의 서평을 보니 띠지를 칭찬하는 내용이 많더군요.”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최근호가 ‘띠지의 재발견’이라는 특집으로 재미있는 얘기를 소개했다. 띠지를 수집하는 웅진윙스 출판사의 정상우 편집장은 띠지 광고문구의 9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후광효과형, 구매효과 자극형, 아포리즘 또는 감성소구형, 시의성 추구형 등. 후광효과형은 ‘아마존 최단 기간 100만 부 돌파’와 같은 식이다. 아포리즘 또는 감성소구형은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배웠는가’처럼 독자의 내밀한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이다.

띠지가 불편할 때도 있다. 자꾸만 빠져 나와 독서를 방해하거나 책꽂이에서 책을 뺄 때 띠지가 걸려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띠지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현실. 정 편집장의 말이 재미있다.

“벗겨지고 나면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독자의 손에 들려질 때까지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는 띠지의 뒷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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