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상징을 알면 그림이 보인다…‘이코놀로지아’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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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놀로지아/체사레 리파 지음·김은영 옮김/424쪽·1만5900원·루비박스

19세기 초 스페인의 화가 고야는 ‘시간과 늙은 여인’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뜨개질하는 여인, 해골 모양 얼굴의 여인, 날개를 단 노인이 등장한다. 대체 고야는 무슨 생각에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작가에겐 나름대로의 표현 방식이 있다. 날개 단 노인은 세월, 시간을 의미한다. 뜨개질하는 여인은 스페인의 왕비를, 해골 모양의 여인은 죽음을 상징한다. 이것을 퍼즐 맞추듯 연결해 보면 그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부패한 왕족이 시간과 죽음에 의해 처단되기를 바라는 고야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여기서 날개 단 노인과 해골의 여인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시간과 죽음의 의미로 사용하면서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이 같은 상징을 알면 미술 작품을 좀 더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미술 속의 상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이코놀로지아’는 ‘그림을 정리한 책’이라는 의미다. 풍요 진리 야망 우정 질투 고뇌 자유 용기 음란 배신 공포 평화 믿음 등 모두 200개의 개념이 어떤 상징으로 표현되는지 삽화와 함께 보여 준다. 원저는 애초 16세기 말에 처음 출간됐지만 그 후 개정판과 수많은 판본이 선보였다. 이 책은 풍부한 설명과 주석을 추가한 18세기본을 번역했다.

책에서 설명하는 이런저런 상징은 세월이 흐르면서 형성된 일종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환희 고뇌 승리 근면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오랜 세월 축적된 상징에 의해 표현되곤 한다.

책을 읽으면 옷을 벗은 여인, 태양, 종려나무가 진리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옷을 벗은 여인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는 점에서, 태양은 어둠을 몰아낸다는 점에서, 종려나무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꿋꿋하게 자란다는 점에서 진리의 상징으로 정착한 것이다. 우리의 매란국죽(梅蘭菊竹)이 군자와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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