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앞문 닫고 뒷문 연 ‘도로 우리당’ 위장 開業

  • 입력 2007년 8월 10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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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어제 합당을 선언했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신고하면 이날로 열린우리당은 그 이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간판만 바뀔 뿐 다른 모든 것은 고스란히 민주신당으로 넘어간다. 신당을 구성할 143명의 의원 중 민주당 출신 4명을 뺀 나머지 139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신당 창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위장 개업이다.

주식시장에서 상장(上場) 폐지된 기업이 주식을 재(再)상장하려면 첫 상장 때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미 신뢰를 잃은 만큼 더욱 확실한 가치와 비전을 보여 줘야 투자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위장 개업은 상장 폐지된 기업이 소유주는 그대로인데 상호(商號)와 대표이사만 살짝 바꿔 슬그머니 주식을 재상장한 꼴이다. 진짜 기업 같으면 금융당국이 사기 혐의로 조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민주신당이 별다른 사업 비전도 없는 데다 기업가치까지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 기업이 잘 못되도록 일단 뭉치고 보자는 게 유일한 사업 비전이다. 주주 자격도 없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끌어 모아 놓고 ‘미래’ ‘개혁’ ‘평화’ ‘민주’ ‘통합’이라는 좋은 이름을 죄다 갖다 붙였다. 허위공시로 개미 투자자들의 알토란같은 돈을 갈취하려는 작전세력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100년 갈 정당을 만들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독선과 아집, 무능과 비효율로 정치실험은 해 보지도 못했고, 지역주의는 오히려 심화시켰다. 그래서 고작 3년 9개월 만에 명분이고 체면이고 다 던져 버리고 부랴부랴 간판을 바꿔 달려는 것이다. 이러니 정치가 조롱거리가 되고 정치인들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6개월 이상 탈당, 창당, 합당극(劇)을 벌인 끝에 ‘짝퉁’을 만들어낸 실력만은 가히 프로급이다. 그러나 국민은 속지 않는다. 민주신당이란 가면(假面)을 쓰고서라도 다시 국민에게 손을 내밀려 한다면 정치판을 더럽히고, 국민을 힘들게 한 죄과부터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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