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열린우리당 '신장개업' 비판론

  • 입력 2007년 8월 10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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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합당회동을 위해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합당회동을 위해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
지난 6개월간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며 숱한 굴곡을 보였던 범여권 통합논의가 결국 '열린우리당의 복제'로 귀착되고 있다.

통합의 파트너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저울질해오던 대통합민주신당이 결국 우리당과의 선(先) 합당으로 최종 방향키를 잡은 탓이다. '당 대 당' 합당의 모양새를 띠고는 있지만 내용상으론 우리당의 자산과 부채가 고스란히 승계되는 흡수합당 방식이다.

민주당이 완강히 반대해온 우리당과의 '당 대 당' 합당을 신당이 수용함으로써 양측의 협상은 대선 막판까지 상당기간 유보되거나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당의 합당은 일단 우리 정치사에서 실험적 정치모델로 등장했던 열린우리당이 정치적 운명을 마감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2003년 11월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출범, 4.15 총선을 통해 47석의 미니정당에서 152석의 과반 거여 로 등장했던 우리당이 3년8개월 만에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받고 문을 닫게 된 것.

그나마 위안을 삼을 대목은 민주당의 불참으로 '완결성'을 보완했다는데 있다. 특히 민주당과의 통합논의가 사실상 교착된 상황 속에서 촉박한 '대선 시간표'에 따라 불가피하게 차선책을 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원내의석 분포로는 '도로 우리당'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나마 원외세력으로 시민사회진영과 손학규 전지사 측의 선진평화연대가 참여함으로써 일정한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합당을 두고는 여전히 '반쪽 대통합'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여론이 높다.

간판(당명)과 얼굴(지도체제)이 다르고 미래창조연대라는 시민사회세력과 민주당 탈당파, 제3후보인 손학규 전지사 등 '새로운 피'가 수혈되기는 했지만 당 조직의 체질과 인프라가 열린우리당을 거의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장 양당의 합당에 따른 전체 의석(143석) 가운데 민주당 출신 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당 출신이다. 무소속으로 독자행보를 걷고 있는 임종인 의원만 빼놓고 올 초의 우리당 의원 138명이 그대로 다시 모인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우리당의 친노 세력이 '여과없이' 신당에 합류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된 '비노 신당'으로서의 의미도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후 열린 신당의 긴급 중앙위원회의는 선 민주당 합당론을 주장해온 비노 그룹 일부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첨예한 갑론을박이 벌여졌다. 물론 선 우리당 통합파가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 우리당과의 합당이라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향후 당의 진로설정과 우리당과의 지분협상에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강봉균 조배숙 의원 등 김한길 그룹과 이종걸 최재천 의원 등 26명은 중앙위에 앞서 성명을 내고 "마음 한구석에 '밤새 걸어 제 집 안마당' '다람쥐 쳇바퀴' '도로(徒勞)' 등의 허망함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아무 반성도 없이 친노 본류들의 합류를 허용한다면 '눈가리고 아웅' 격의 사기극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서명에 김한길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통합대상의 순서는 선(先)민주당-후(後)열린우리당이 바람직하다"며 "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민주신당에 열린우리당의 '구우일모'도 계승되지 않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엄대우 씨 등 민주당 대통합추진위원회(민대추) 소속원외위원장 52명은 별도의 성명에서 "신당과 우리당의 당 대 당 합당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우리당은 국정실패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한 뒤 당을 해체하고 개별적으로 민주신당에 흡수통합 돼야한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중앙위에서 정오규 배기운 중앙위원 등은 "국정실패에 대해 반성할 사람은 반성하고 사과할 사람은 사과해야 한다"며 "무조건 무임승차를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촬영: 김동주 기자

이에 대해 오충일 대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표현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의 작품"이라며 "시민사회가 50% 차지하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선진평화연대가 참여하는데, 어째서 도로 열린우리당이냐"고 반박했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이번 통합은 당 대 당이 아니라 흡수통합"이라며 "우리당이 지분과 기득권을 요구하지 않고 신당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위원회에는 재적 인원 390여명의 3분이 1이 안되는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처럼 신당이 첨예한 내부 논란을 겪었지만 정작 양당 지도부간의 합당 협상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양당은 이날 오후 4시 통합수임구기구간 합동회의를 갖고 1시간도 채 안돼 합당의 기본원칙과 절차에 합의했다.

신당이 안팎의 부정적 평가 속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보여주면서 범여권의 중심축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또 '외딴 섬'으로 남아있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가 신당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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