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 누르기 대출 中企-서민엔 타격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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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 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방치할 경우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월엔 추석이 있어 자금을 풀어야 할 상황이고, 10월부터는 대통령 선거 등으로 어수선해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콜금리 인상은 시중은행들의 예금 및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예금자와 대출을 받은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 유동성 잡기 강수(强手), 효과는 글쎄…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광의유동성(현금화가 가능한 자금)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광의유동성은 전달보다 34조9000억 원 증가한 1949조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정부의 토지보상금이 대거 풀린 데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시중자금이 증시에 몰렸기 때문.

한은으로선 더는 시중 통화량 급증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7% 증가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비교적 호조를 보인 것도 금리인상론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시기. 지난달 콜 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한은으로선 사실상 시기 선택의 문제만 남은 셈이었다.

삼성투신운용 박성진 채권팀장은 “9월은 추석이 있는 달이라 자금을 공급해야 하고 10월부터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 금리 인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대선은 무관하다”고 했지만 한은이 대선정국에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가 다소 가라앉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 및 미국 증시 급등으로 8일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금통위의 고민을 덜어줬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토지보상금이 엄청난 규모로 계속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콜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는 정도로는 과잉 유동성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증시 “일시적 악재”, 예금자-대출자 희비

당초 금리 동결을 예상했던 금융권과 산업계는 적잖게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콜 금리가 두 달 연속 인상된 데 대해 은행들은 모두 놀라는 분위기”라며 “채권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예금 금리도 올려야 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도 연쇄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으로 수출 채산성이 나빠지는 등 기업들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리 인상이 악재이긴 하지만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미국발(發) 신용 충격의 파장과 외국인의 매매 전략,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예금자들은 이자 수익이 늘어나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됐다.

신한은행은 탑스회전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의 지점장 최고 승인금리를 10일부터 0.15∼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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