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철거 동대문야구장서 내달 프로경기 추진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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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①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인 MBC(현 LG)와 삼성의 대결. 7-7로 맞선 10회말 2사 만루에서 MBC 이종도가 타석에 섰다. 상대는 삼성 왼손 에이스 이선희. 이종도는 볼 2개를 고른 뒤 이선희의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연장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추억 ② 1982년 10월 12일 동대문야구장. OB(현 두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 3-3으로 맞선 9회초 2사 만루. 이번에도 삼성 투수는 이선희였다. 그는 OB 신경식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김유동에게 통한의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OB는 8-3으로 이기며 4승 1무 1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원년을 만루홈런으로 열고 닫았던 동대문야구장. 이곳에서 프로 경기가 열린 것은 프로 원년인 1982년과 1985년 OB가 대전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바꿔 홈구장으로 사용했을 때뿐이다. 나머지 시즌은 모두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이제는 아마추어 야구만 열리는 동대문야구장에서 9월 하순 2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 시즌 경기가 마련된다. 11월 철거되는 ‘82년 역사의 야구 메카’를 추억하기 위해서다.

동대문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서울 연고팀으로서 원년 개막전과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인 LG와 두산이 ‘동대문야구장 이벤트’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9일 “9월에 정규 시즌 경기를 동대문야구장에서 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LG 김연중 단장도 “동대문 경기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9월 2일까지지만 8일 현재 비로 취소된 경기는 44경기나 된다.

동대문야구장은 8월 30일부터 9월 20일까지 대학추계리그가 열린 뒤 30일까지 경기가 없어 21일 이후 프로야구 경기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두산과 LG 등 서울 구단이 원하면 동대문야구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스타 이종도 KBS 해설위원은 “프로야구가 탄생했고 팬들에게 ‘이종도’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준 동대문야구장에서 다시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니 기쁘다”면서도 동대문야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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