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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선주자들 부끄럽게 한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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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대선주자들 부끄럽게 한 ‘쓴소리’

입력 2007-08-10 03:06수정 2009-09-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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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이 발표된 8일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정상회담 성사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점을 내세우느라 바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5월 평양 방문 때 2차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다. 내가 그동안 여러 차례 역설해 온 남북 정상회담이 마침내 성사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2005년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사실을 부각하면서 “정상회담은 (나와) 김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마련되기까지 남북 간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기여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의 의도는 뻔하다. 대선 및 경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범여권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상회담 이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것이다.

반면 대선주자인 중도통합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제도 정하지 않고 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일을 거꾸로 한 것”이라며 “이왕 회담을 한다면 먼저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하며 북한 인권, 국군포로와 피랍자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 특히 선거를 앞둔 주자가 남북 정상회담 같은 대형 사안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반(反)평화,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될 수 있고, ‘정상회담 무조건 반대자’로 낙인찍힐 경우 지지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고 한나라당조차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당 논평이 8일 오전, 오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은 개최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행사다. 그러나 ‘개최’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정상회담을 하느냐’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의제도 정하지 않고 회담을 하는 것은 일을 거꾸로 하는 것”이라는 조 의원의 지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더욱이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해 온 대표적인 ‘비노(非盧·비노무현)’ 주자들이다.

범여권의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만든 남북 정상회담 판에 비노 주자들이 숟가락이라도 얹으려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주자라면 정상회담 개최에 열광하기보다 조 의원처럼 차분히 허실을 따져보고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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