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1>美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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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실속없는 ‘홀딩패턴<비행기가 착륙 못하고 선회> 회담’ 우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주 앉는 것은 숱한 외교 협상에서 얻어 내지 못할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 성과 없이 상징적 수준에서만 회담이 끝난다면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욱더 ‘홀딩 패턴(holding pattern)’으로 끌고 가 버릴 수도 있다.”

‘홀딩 패턴’은 비행기가 공항 사정으로 착륙하지 못한 채 상공을 선회하며 대기하는 상태를 뜻한다. 미국의회조사국(CRS)의 한반도 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미 의회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진짜 속내는 어떨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립적이거나 온건하게 지지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후원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한국과 긴밀히 공조해 왔다고 강조해 온 만큼 이번에도 노무현 정부에 비핵화 문제 등을 북한에 제기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2000년 정상회담 직전에 빌 클린턴 행정부도 그랬다. 김대중 정부에 핵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이 북측에 핵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평화체제 문제에 접근하는 한미 간에 속도 차가 있는데 미국의 견해가 한국보다 훨씬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가 평화체제 협상을 노 대통령 임기 내에 이루길 희망한다면 그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평화체제를 위해선 미국과 한국이 매우 심대한 군사적 양보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북한이 그런 태도에서 물러설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과 미국과의 직접 군사협상을 요구한 북한 군부의 제안을 포함해 올해 나타난 모든 신호는 북한이 그런 태도를 견지할 것임을 보여 준다. 이처럼 평화협정은 매우 근본적인 군사 이슈를 포함한다. 따라서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시작되기 위해선 먼저 핵문제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자세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본다. 상징적 선언 수준에서 평화선언도 검토되는 것 같은데 북한이 상징적인 수준에 동의할지는 모르겠으며 그것으로는 북한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들은 미국과의 군사 이슈에 근본적인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상회담이 한국 정치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결과물에 달려 있다고 본다. 만약 중요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정치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결과물, 중요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금방 잊을 것이다. (상징적 쇼에 그칠 경우)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추진한 동기가 주로 정치적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키울 것이다. 성패는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동의를 이끌어 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닉시 박사는 김 위원장의 답방 대신 평양으로 회담 장소가 정해진 데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북한이 한국을 완전히 동등한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이 6자회담과 국제공조에 미칠 영향은….

“한국이 혼자 앞서 나간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이는 한국의 목표와 전략에 달려 있다.”

닉시 박사는 이 대목에서 “한미 간에 별다른 외교적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을지포커스렌즈(UFL)가 쟁점이 될 경우엔 심각한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정상회담에 합의하기 전에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합의하고 난 뒤 제기하면 더 많은 지렛대를 갖고 훈련을 취소하라는 압력을 더 많이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만약 북한이 그런 요구를 한다면 한국 정부로선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것 같은데….

“노무현 정부 내에서 북한의 요구대로 올해 훈련을 취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 경우 한미 간에 심각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는 장차 한미 간 군사협상과 주한미군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래리 닉시

△67세 △미국 의회 정책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 △동아시아와 미국의 안보 문제를 주로 연구 △조지타운대 외교학 석사, 역사학 박사 △2002년 3월 현대의 금강산사업 대가 4억 달러 비밀 제공 의혹을 최초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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