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과 진지한 核대화 한적 있나”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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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한반도 전문가들이 보는 5대 쟁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까, 정상회담 시기와 겹쳐 실시되는 연례 한미 군사훈련을 시비 걸지는 않을까, 평화체제 문제에 접근하는 한미 간의 속도 차가 너무 나지는 않을까….

본보는 8, 9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8명에게서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및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이들이 집중 제기한 5대 논란거리를 소개한다.

▽핵 문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질까=전문가들의 시각은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를 논의하는 6자회담과 맞물려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을 안보 이슈의 논의 상대로 여기지 않아 온 점에 비춰볼 때 사전에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어떤 남북대화에서도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핵, 군사 등 안보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려 하는 걸 보지 못했다”며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만난다 해서 핵물질 포기 약속 등 비핵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노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약속하도록 북한을 압박한다면 6자회담에 도움이 되겠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합의만 한다면 국제 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트집 잡을 우려=미 의회조사국(CRS) 래리 닉시 박사는 20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가 쟁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닉시 박사는 “그동안 북한의 태도로 보아 ‘최상의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UFL을 취소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한국이 이에 응한다면 향후 한미 군사동맹에 심각한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부터 실시해 온 UFL은 실제 병력 투입을 최소화한 지휘소(CPX) 연습이지만 미군 지휘부 참가자가 1만 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연합 훈련이다.

군사소식통은 “UFL은 통상 전년도 10월부터 준비한다”며 “만약 취소된다면 한미관계가 직격탄을 맞게 되겠지만 (한국이나 북한이)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도 9일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UFL은 한미 연합군의 정례훈련인 만큼 이번 훈련도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의도는?=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결국 관심을 두는 것은 북-미 관계이며 그 틀 속에서 남북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선 결과 만약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대북정책 기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해도 수개월간 재검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어 미국도 대선을 치른다. 그러면 2008년 말까지는 북-미 관계가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북한은 내다봤을 것이다. 따라서 내년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도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북-미 관계의 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전략적 활용가치로 생각했을 수 있다.”

▽평화체제 둘러싼 한미 간 속도 차이=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그동안 발언으로 미뤄 평화체제와 관련해 무언가 큼직한 결과물을 내놓으려 시도할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 물질을 모두 포기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견해다. 한국이 너무 앞서 나갈 경우 한미 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는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한미 간에 견해차가 있고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이 북한이 의도하는 바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필립 윤 아시아재단 부총재는 “한미 양국이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철저하고 긴밀하게 논의해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국제공조엔 영향이 없을까=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핵 협상은 6자회담에서 합의된 틀에 따라 모든 참가국과 함께 진전돼야 하는데 한쪽이 앞서가면 다른 참가국들은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사항들을 미국과 다른 파트너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협의하는 한 국제 공조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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