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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비엔나 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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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비엔나 미술전

입력 2007-08-10 03:06수정 2009-09-2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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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에는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다. 이 전시회 대표작품이 스페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다.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는 두 살 때 그의 삼촌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될 레오폴트 1세와 정혼(定婚)했다. 이 그림은 카메라가 없던 시대에 ‘어린 신부’가 잘 자라고 있음을 미래의 시댁과 남편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린 기록화이다.

▷‘마리 드 부르고뉴’의 아리따운 초상화 앞에서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부르고뉴 귀족들은 부르고뉴 공의 딸인 마리를 프랑스 루이 11세의 왕위 계승자 샤를과 결혼시키려 했다. 하지만 마리는 합스부르크가의 막시밀리안에게 자신을 구하러 와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결국 마리는 막시밀리안과 결혼했으나 합스부르크가는 프랑스의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 부부의 딸인 세 살배기 마르가리타를 샤를에게 대신 시집보냈다.

▷합스부르크가는 정략결혼으로 네덜란드와 스페인을 지배하고 프랑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친족끼리 부부가 되는 근친혼이 빈번했다. 그 결과 왕실 가족들은 유전 형질인 주걱턱을 갖게 됐다. ‘황제 루돌프 2세의 초상’은 평생 독신으로 지낸 예술 애호가 황제의 우울하고 괴팍한 성격을 잘 보여 주면서 합스부르크가의 상징인 주걱턱까지 생생하게 묘사해 눈길을 끈다.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은 회화를 통한 16, 17세기 유럽 역사기행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직후로 절대왕정이 무르익던 시기이다. 절대왕정의 후원 속에 미술사적으론 매너리즘이 풍미하면서 정밀화, 장르화의 걸작품들이 쏟아질 때다. 6월 26일 개막한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의 관람객이 이번 주로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덕수궁미술관 전시사상 최단 기간 내 최다 관객 기록이다. 노트를 든 어린 학생, 한껏 치장한 중년 여성들이 명화 앞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모습은 우리의 높아진 문화수준을 보여 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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