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한국인은 영원한 한국인 해병대서 조국 소중함 배우죠”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코멘트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병역을 피하지 않고 최정예 해병 수색대원으로 자원입대해 복무 중인 성하백 일병(왼쪽)과 허정우 병장. 사진 제공 해병대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병역을 피하지 않고 최정예 해병 수색대원으로 자원입대해 복무 중인 성하백 일병(왼쪽)과 허정우 병장. 사진 제공 해병대
최근 일부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병역특례 비리가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을 피할 수 있는 청년 2명이 ‘귀신 잡는 해병’에 자원해 귀감이 되고 있다.

해병2사단 수색대에서 복무 중인 성하백(20) 일병은 3세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 영주권을 취득하고 지난해 보스턴의 케임브리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병역법에 따라 해외 영주권자는 국외에서 35세까지 병역을 연기하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지만 그는 대학 진학까지 미루고 ‘아름다운 선택’을 했다.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올해 2월 초 해병대에 입대한 것.

그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강인한 해병정신과 진한 전우애를 체험하고, 조국의 의미를 깨닫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 일병의 부모도 아들의 갸륵한 뜻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어도 서툰 그에게 모국의 낯선 병영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해병대 수색대는 지원율이 30 대 1을 넘는 최정예 해병부대로 수중 침투와 폭파, 철야 급속 행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특히 모든 수색대원이 거치는 7주간의 수색전문반 과정은 체력의 한계를 넘나드는 지옥훈련으로 악명이 높다. 맨몸 수영(1.8km)과 장구 수영(3.8km), 수중잠수(30m), 공수훈련은 물론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계속되는 고된 훈련까지 통과해야 정예요원을 상징하는 휘장을 받을 수 있다.

성 일병은 “군 입대를 포기했다면 가족과 조국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택에 결코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석 달 뒤 전역하는 해병1사단 수색대대 허정우(27) 병장은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가 영주권을 취득한 뒤 16년 만인 2005년 11월 고국으로 돌아와 해병대에 입대했다.

미국에서 대학까지 마쳤지만 “한국 사람의 정을 느끼며 함께 살자”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귀국한 그는 해병대 출신 선배의 모습에 매료돼 자원했다.

입대 당시 25세로 다른 동기생보다 나이가 많아 애로가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늠름한 해병대원으로 거듭났다. 그는 전역한 뒤 최근 귀국한 어머니를 모시고 모국에서 뿌리를 내릴 계획이다.

그는 “전역일인 11월 6일은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며 “해병대에서 갈고 닦은 인내와 겸손, 도전 정신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