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앓는 지구 열 좀 식혀주세요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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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니올레순 지역의 블럼스트럼드 빙벽. 빙벽의 일부가 무너진 뒤 얼음 조각이 바다로 쏟아져 내렸다. 니올레순=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노르웨이 니올레순 지역의 블럼스트럼드 빙벽. 빙벽의 일부가 무너진 뒤 얼음 조각이 바다로 쏟아져 내렸다. 니올레순=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소형 보트를 타고 빙벽 탐사에 나선 청소년 기후대사들. 니올레순=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소형 보트를 타고 빙벽 탐사에 나선 청소년 기후대사들. 니올레순=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7개국 청소년기후대사 12명 북극 온난화 현장을 가다

“우리는 영원히 막을 수 있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We can stop it for good. We can stop CO₂∼).”

6일, 18세기 탄소문명의 시발점이었던 영국 런던의 코벤트 공원에 각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세계 7개국(한국 일본 프랑스 방글라데시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청소년 12명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산화탄소를 줄여 열병에 시달리는 지구를 구하자는 내용의 이 노래는 지난달 말 6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이상기후 몸살을 앓던 런던 시민의 가슴을 뜨겁게 적셨다.

○ 북극 빙하가 이렇게 빨리 녹을 줄이야…

공동으로 작사 작곡한 ‘Stop CO₂ Song’을 부르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이들은 한국과학문화재단과 극지연구소, 환경운동연합, KBS가 공동 주최한 ‘1.5도 다운 그린캠프’에 참가한 청소년 기후대사들이다. 1.5도는 지난 100년 동안 한국에서 지구온난화로 상승한 온도.

100년 전 기온으로 되돌리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청소년 기후대사가 찾은 곳은 바로 북극. 북위 79도의 노르웨이령 니올레순 과학기지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역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런던에 도착하기 전인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이곳에서 머물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했다. 배를 타고 높은 빙벽이 해안선을 따라 병풍처럼 늘어선 블럼스트럼드 지역을 지날 때는 “우르릉” 소리가 나며 얼음 조각이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항해사인 노르웨이의 아르미 크리스토퍼 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화면을 볼 것을 요청했다. 놀랍게도 보트의 위치는 빙하 위였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극지응용연구부장은 “GPS의 지도 정보가 1년 전에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빙하가 많이 녹아 바다와의 경계선이 100m 이상 후퇴해 바닷길이 새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마키고 나시로(일본 오키나와 쇼가쿠고교 1년) 양은 “고향 마을의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원인을 여기서 직접 보게 되니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 청소년 기후대사들이 만든 기후변화방지 의정서

북극 다산기지에서 3km 떨어진 빙하 절벽까지 걸어서 탐사를 할 때는 따뜻한 온도 때문에 동토층이 녹아 발이 푹푹 빠지기도 했다. 또 산 위의 빙하가 녹아 흘러 생긴 폭 3m의 얼음물 개울을 신발을 벗고 3차례나 건너야 했다.

아닌다 아산(방글라데시 세인트조지프고교 1년) 군은 “최근 우기인 6∼8월이 되면 유례없는 폭우에 방글라데시 북쪽 히말라야의 만년설까지 녹아 강이 범람하고 마을이 물에 잠기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아산 군은 탐사를 떠나는 날 아침 뉴스를 통해 방글라데시의 50%가 홍수로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은 북극의 자연환경 변화를 직접 확인한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모의환경회의를 열어 각국의 기후변화 실태와 지구온난화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가브리엘 그라넬라(이탈리아 발롬브로사고교 1년) 군은 친척 한 명이 지난해 말라리아에 감염돼 마비 증세와 고열에 시달렸던 사례를 소개하며 1970년대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이탈리아에서 다시 발생한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강임석(한국과학영재교 1년) 군은 “고향 제주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으며 태풍의 세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며 “특정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지구 규모의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열띤 토론 끝에 청소년 기후대사들은 실천방안으로 지구의 온도를 1.5도 낮추자는 ‘1.5도 다운 의정서’를 채택했다. 여기에는 ‘빨래를 말릴 때 기계 대신 건조대를 사용하자’거나 ‘재활용 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자’ 같은 실천공약 18개 조항이 포함됐다. 이들이 북극과 런던에서 활동한 내용은 KBS를 통해 10월 세계에 널리 방송된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1.5도 다운 의정서’를 각종 기후변화 관련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릴 계획이다.

니올레순=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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