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인력 구조조정… 경비절감… 재계 ‘내핍경영’ 찬바람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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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발(發) 내핍 경영’이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재계에 때 이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는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유휴 인력 규모를 파악해 그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유휴 인력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다른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되 본인이 희망하면 명예퇴직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SDI 등 일부 계열사에서는 ‘인력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생산원가 절감 차원을 넘어선 이 같은 조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거침없이 질주해 온 ‘삼성맨’들에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비 절감 방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직원들끼리의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는 경조사비, 식대비 등 복지비용을 축소하고 있다. ‘위로성’ 해외 출장과 과도한 부서 회식 자제령도 떨어졌다. 인터넷 포털에 싣던 광고도 줄였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10년 동안 별다른 채찍 없이 지내 오면서 조직이 일부 해이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위기라기보다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이 같은 ‘내부 단속용’ 조치들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LG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은 “휴가철이라 아직 조용하지만 수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삼성이 내핍경영에 나섰는데 당연히 다른 기업들에도 찬바람이 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고(高)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여파로 올해 초 이미 ‘짠물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1월 경비절감 전담 기구까지 만들었다.

특히 기아차는 최근 해외출장 때 저가(低價) 항공노선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국내 출장 때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항공편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단거리 출장은 고속철도(KTX)도 탈 수 없게 했다. 점심시간 소등, 1인 1컵 갖기 운동, 등기우편 발송 지원 중단 방안도 나왔다.

SK네트웍스 등은 국제전화 요금을 줄이기 위해 사내(社內) 전화를 모두 인터넷 전화로 바꿨다.

롯데그룹은 넥타이를 풀어 냉방비를 줄이자는 ‘쿨 비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내핍경영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 자칫 살아나던 내수 경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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