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 펀드매니저 협업체제 강화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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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된 것 같은데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을까요?”

“이 회사 제품은 경쟁사보다 품질이 떨어지는데 시장 점유율은 왜 늘어나는 거죠?”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성투자신탁운용 회의실. 펀드매니저 12명이 투자 종목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삼성투신 이동식 LT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들이 조선, 자동차 등 각 분야를 맡아 매일 오전 한 시간씩 기업 분석 회의를 한다”고 소개했다.

증시 호황으로 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상당수 운용사는 펀드매니저 한두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집단 협업(協業)을 통해 펀드를 운용한다.

○다수 참여하는 ‘시스템 운용’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펀드매니저 1명이 운용하면 수익률 등락에 대한 위험이 커지는 데다 이직할 경우 타격이 커 여러 명이 참여하는 ‘시스템 운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운용을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회사 차원에서 50∼70개 종목으로 구성된 모델 포트폴리오를 마련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증권사 보고서와 자체 리서치, 펀드매니저의 분석 등 3단계 이상의 검증 절차를 거쳐 만드는데 증시 상황에 따라 계속 수정된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식은 회사마다 약간 다르다. 미래에셋은 본부장 이상 간부진이 만들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체 펀드매니저들이 단계별 회의를 거쳐 작성한다. 삼성투신은 펀드매니저가 각 업종을 맡아 유망 종목과 비율을 추천한다.

삼성투신 김상철 LT주식2팀장(삼성당신을위한리서치펀드 운용)은 “펀드 편입종목 중 70∼80%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따르고 나머지는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율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같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따르더라도 펀드매니저가 수탁액 등에 따라 조절하는 종목별 편입 비율 및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나머지 20∼30%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펀드 운용도 장기투자다”

흔히 생각하듯 펀드매니저는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매매 주문을 내지 않는다. 별도의 매매팀이 펀드매니저에게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

한국투신 박현준 과장(한국내비게이터펀드 운용)은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매매 주문을 하는데 주문을 안 내는 날도 있다”며 “펀드매니저에게 필요한 것은 매매 기술이 아니라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펀드 운용도 장기투자로 가는 추세. 특정 종목에 대해 확신을 갖고 오래 보유하려면 정확한 분석은 필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영환 주식운용2본부장(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 운용)은 “잦은 매매보다 저평가된 종목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며 “주식매매 회전율을 250%까지 낮췄는데 50% 정도 더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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