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교민들 아쉬움 속 철수채비

  • 입력 2007년 8월 9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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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아직까지 떠난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정부가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사건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을 지난 7일 여행 금지국으로 공식 지정함에 따라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NGO(비정부기구) 요원들이 철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칸다하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한민족복지재단 소속 의료진 8명은 이달 말까지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칸다하르 현지의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는 9일 "우리가 떠나면 수억 원을 들여 지어놓은 병원시설이 망가질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가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민들에게 떠난다는 얘기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100¤200명의 주민들이 진료를 받으러 온다"며 "아픈 사람들을 팽개치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수 대상 1호로 지목한 NGO 요원들은 다소 불편한 심기도 내비치고 있다.

탈레반이 선교봉사활동을 하러 온 한국인들을 납치한 뒤 아프간에서 이뤄져 온 봉사활동에 대한 폄훼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이번 피랍 사건이 선교문제와 엮이면서 봉사단체 요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섭섭해 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이 우리의 봉사활동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언론은 우리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하기도 했다"며 언론에 대한 불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아프간 체류를 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국가정책에 순종해야 하지만 할 일이 많은 데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의 철수 명령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현지의 한 소식통은 "대사관에서 공지한 철수 통지문을 보면 아프간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한 것이 사실상 NGO와 언론을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며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교민은 "수도 카불은 치안이 괜찮은 편"이라며 정부가 아프간 전체를 여행 및 체류 금지 지역으로 일괄 지정해 철수를 강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철수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방도가 없어 일부 교민의 경우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 아프간 한국대사관의 강후원 영사는 전체 철수 대상자가 150여 명으로 파악됐다며 영주하거나 공무, 기업활동 등에 관계된 사람들로부터는 10일까지 체류허가 신청서를 받은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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