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달라는 대로 다 주는 對北지원 안 된다

  • 입력 2007년 8월 9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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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획기적인 대북(對北) 투자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그제 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남북경협 및 교류협력 관계를 양적 질적으로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단계 통일론의 첫 단계로 남북한 ‘경제통합’을 제시했고 ‘남북 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 개척’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원과 국민적 공감이다. 북을 정상적인 국가로 이끌고 남북관계를 한 차원 발전시켜 나가자면 일정 부분 경제적 지원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에 대비한 사전 투자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따르는 엄청난 비용은 국민과 차기 정권에 그 부담이 돌아간다. 국민이 흔쾌히 동의해 주지 않으면 지난 정권 때부터 지속돼 온 일방적 퍼주기의 연장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초 산업은행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남북경협 재원으로 60조 원을 상정했다. 국민 1인당 125만 원꼴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2월 작성한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 보고서를 보더라도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포함해 대북 지원에 향후 수년간 9조∼14조 원이 든다. 국민은 부담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이런 투자와 지원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볼 권리가 있다.

200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우리가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쌀을 포함해 북에 건넨 지원액은 6조5899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퍼주고도 김정일 정권의 태도나 북한 주민들의 삶을 크게 바꿔 놓지 못했다. 오히려 북의 미사일, 핵 개발로 남북관계와 주변 정세는 경색됐다. 노 대통령은 “북이 달라는 대로 주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라면서 미국의 마셜플랜을 거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남는 장사’가 되려면 북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정상회담에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짐만 지우는 남북경협 합의가 나와선 안 된다. 북의 비핵화에 확실하게 못을 박고,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같은 반대급부를 받아내야 한다. 북핵을 방치한 상태에서 경협에만 치중하면 북의 ‘선군(先軍)정치’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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