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객정보 절도범으로 전락한 통신회사들

  • 입력 2007년 8월 9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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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 1, 2위인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자사의 인터넷에 가입한 고객 730만여 명의 정보를 고객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자회사인 포털 사이트에 넘겨 회원으로 등록했다. 고객정보를 훔쳐 빼돌린 것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회사로서 고객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텐데도 고객정보를 도용하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니 기업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ID와 비밀번호가 임의로 만들어져 유출됐다. 유출된 ID 등은 소액결제에 도용돼 7000명이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의 이용료를 냈다. 심지어 하나로텔레콤은 5000만 건의 개인정보를 분류한 뒤 위탁업체와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 판매업체에 넘기고 수익을 나눠 가졌다.

인터넷 등 IT 서비스는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통신 혁명을 몰고 왔지만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새 나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고객이 개인정보 안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면 IT 산업은 커 나가기 힘들다. 정보통신 기업들은 해킹과 개인정보 도용 등 인터넷 범죄의 예방과 차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도 두 회사가 거꾸로 파렴치한 수준의 해커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나라 안팎의 평가가 부끄러울 정도다. 최근엔 한 이동통신회사 대리점이 가입자 정보가 담긴 서류 뭉치를 폐지업자에게 넘기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울시 25개 구청의 홈페이지에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계좌번호 수만 건이 노출되기도 했다. 개인정보가 흘러 다니다 보니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사고파는 일이 성업 중이다.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는 IT 서비스 앞에서는 사생활이 송두리째 벌거벗겨지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 거래도 불안해진다. 통신회사들이 정보화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렸는데도 정보통신부는 뭘 하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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