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요구조건 바꾸라" 설득중

  • 입력 2007년 8월 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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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9일로 3주째를 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억류 인질 21명의 안전과 건강 유지에 신경쓰면서 탈레반 측이 석방 조건을 바꾸도록 하는 데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여론이 나날이 악화되자 탈레반 측이 '인질-수감자 맞교환'이라는 기존의 요구에서 한발 물러설 기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 실현 가능한 조건을 내놓으라고 탈레반 측을 설득하고 있다.

탈레반의 대변인 격인 아마디가 7일 탈레반에 협조해 수감된 여성 재소자를 풀어주면 같은 수의 여성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언급했다가 같은 날 저녁 아프간 AIP통신을 통해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번복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징후 중 하나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간 현지의 한국대표단은 위성전화 등을 통해 탈레반 측과 매일 접촉,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구변화 가능할까

피랍사태가 장기화되면 될 수록 탈레반 측도 초조해지기는 마찬가지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여성들을 장기간 억류하다보니 '관리'가 어렵고 무엇보다 다수의 여성을 협상의 제물로 삼는 데 대한 비난이 안팎으로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인질로 잡는다는 것 자체가 이슬람 교리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탈레반으로 하여금 기존의 요구조건을 고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인 피랍자들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할 것을 권고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최근 보도도 탈레반이 인질 처리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탈레반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내의 요구사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인질석방 조건으로 탈레반이 기반을 두고 있는 파슈툰 족 거주지역에 학교나 병원 등을 지어주는 방안 등을 제안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기존의 요구를 철회하고 우리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주변 여건을 고려해볼 때 그리 길지않은 시일 내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면협상' 임박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온 외신을 종합해보면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 간의 '대면 협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피랍자가 억류된 가즈니 주(州)의 마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한국 대표단과 탈레반과의 대면 협상 성사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현지 언론에 언급했다.

납치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돼온 탈레반의 압둘라 잔 부사령관도 8일 파키스탄의 한 일간지 선임 에디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르면 9일 중에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장소는 탈레반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측에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고 다만 탈레반과의 직접 접촉 성사를 위해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대면 접촉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며 탈레반측과 인질 석방을 위한 '접점 찾기'가 어느 정도 성숙됐을 때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피랍자 안전·건강

우리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는 협상 타결의 전제조건인 상호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다.

피랍자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탈레반측에 전달이 됐고 사흘간의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사실이 양 측에서 각각 확인이 됐다는 것은 그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정부 당국자는 5일 현지 의료진이 가즈니주 카라바그 사막지역에 두고 온 1200달러 이상의 의약품이 탈레반에 전달됐다고 언급한데 이어 8일에는 탈레반측에서 "의약품을 수령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또 탈레반과 사이에 개설된 직·간접적 교신채널을 통해 피랍자들의 안전과 건강상태를 매일 체크하는 등 피랍자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까지 더 이상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피랍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태 가 해결될 때까지 피랍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이상이 없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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