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되자 대선후보 경선을 11일 앞둔 한나라당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 카드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지만 반대하자니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물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각 후보 캠프도 남북 정상회담이 경선과 대선 일정에 미칠 파장과 득실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청와대의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강경 일변도의 기조에서 탈피한 신(新)대북정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회담 자체를 반대하면 보수 이미지만 덧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 지도부와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이날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앞서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국내 정치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분명한 의제 설정’을 요구했다.
이 전 시장 캠프와 박 전 대표 캠프의 관심은 ‘정상회담과 경선 표심(票心)의 상관관계’에 쏠렸다.
이 전 시장 측은 정상회담이 ‘판세를 굳힐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 실험 직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과열된 경선 분위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격동할 경우 이 전 시장처럼 경험과 경륜이 있는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보수층 표를 집결시킬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자칫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분위기가 식어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유승민 정책메시지단장은 “이 전 시장 측은 검증 이슈들이 정상회담에 묻히길 기대하겠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선 선거인단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해 정상회담 이슈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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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없을 땐 역풍” 우려
향후 대선 구도에서 범여권의 열세를 만회할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민병두 의원은 8일 “이번이 두 번째 회담이니만큼 정상회담 자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회담에서 ‘손에 잡히는 평화’를 보여 줄 구체적 성과가 나온다면 유권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관계자도 “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 내용,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 그리고 절차의 투명성 등이 드러나야 그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회담 자체만으로 범여권 지지도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2000년 4월 10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됐지만 사흘 뒤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적은 96석을 얻는 데 그친 부정적 학습효과가 깔려 있다.
다만 범여권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협정 체제 전환과 북-미 수교까지 이어진다면 ‘평화 대 냉전’의 대립구도가 선명해지고, 범여권이 평화 이슈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각 대선주자 진영은 이날 환영 일색의 성명을 내며 정상회담 개최를 반겼다. 하지만 특정 후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대변인인 양승조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총리가 그동안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한 역할이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해찬 역할론’을 내세웠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 대변인인 김형주 의원은 “특정 후보에 게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커지면서 친노(親盧·친노무현) 대선주자군이 적극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범여권 경선 구도의 재편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컨설팅 전문기관인 ㈜폴컴 이경헌 이사는 “친노 주자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과 후보 단일화 논의가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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