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반대하자니… ” 범여권 “환영하자니…”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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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운데)가 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귀빈실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 경선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당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8일 오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운데)가 당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귀빈실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 박근혜 전 대표 등 대선 경선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당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김효석 원내대표(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에 대비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김효석 원내대표(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에 대비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김동주 기자
■ “보수 이미지 굳힐라” 걱정

8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되자 대선후보 경선을 11일 앞둔 한나라당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 카드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지만 반대하자니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물론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각 후보 캠프도 남북 정상회담이 경선과 대선 일정에 미칠 파장과 득실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청와대의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강경 일변도의 기조에서 탈피한 신(新)대북정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회담 자체를 반대하면 보수 이미지만 덧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 지도부와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이날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앞서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국내 정치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분명한 의제 설정’을 요구했다.

이 전 시장 캠프와 박 전 대표 캠프의 관심은 ‘정상회담과 경선 표심(票心)의 상관관계’에 쏠렸다.

이 전 시장 측은 정상회담이 ‘판세를 굳힐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 실험 직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이유에서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정상회담이 과열된 경선 분위기를 식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격동할 경우 이 전 시장처럼 경험과 경륜이 있는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보수층 표를 집결시킬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자칫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분위기가 식어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유승민 정책메시지단장은 “이 전 시장 측은 검증 이슈들이 정상회담에 묻히길 기대하겠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선 선거인단은 한나라당 성향이 강해 정상회담 이슈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평양남북정상회담 발표 정치권 표정▼

[화보]김만복 국정원장 방북…정상회담 발표까지
[화보]‘8월 28일 남북정상회담’ 발표…판문점 표정


촬영: 이종승 기자


촬영: 김동주 기자

■ “성과 없을 땐 역풍” 우려

범여권은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카드를 ‘양날의 칼’로 보고 있다.

향후 대선 구도에서 범여권의 열세를 만회할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민병두 의원은 8일 “이번이 두 번째 회담이니만큼 정상회담 자체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회담에서 ‘손에 잡히는 평화’를 보여 줄 구체적 성과가 나온다면 유권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관계자도 “정상회담의 의제와 합의 내용,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 그리고 절차의 투명성 등이 드러나야 그 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회담 자체만으로 범여권 지지도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2000년 4월 10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됐지만 사흘 뒤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적은 96석을 얻는 데 그친 부정적 학습효과가 깔려 있다.

다만 범여권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협정 체제 전환과 북-미 수교까지 이어진다면 ‘평화 대 냉전’의 대립구도가 선명해지고, 범여권이 평화 이슈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각 대선주자 진영은 이날 환영 일색의 성명을 내며 정상회담 개최를 반겼다. 하지만 특정 후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대변인인 양승조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총리가 그동안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한 역할이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해찬 역할론’을 내세웠다. 반면 한명숙 전 총리 대변인인 김형주 의원은 “특정 후보에 게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커지면서 친노(親盧·친노무현) 대선주자군이 적극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범여권 경선 구도의 재편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컨설팅 전문기관인 ㈜폴컴 이경헌 이사는 “친노 주자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과 후보 단일화 논의가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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