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통신업체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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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통신업체들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들의 정보를 유출하고 무단으로 이를 이용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8일 대형 통신업체인 KT, 하나로텔레콤 등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 730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부가서비스를 판매하는 위탁업체 등에 50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KT와 하나로텔레콤 양사의 임직원 26명과 가입자 모집업체 관계자 40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자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730만 명을 계열사의 포털사이트 회원으로 무단 가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들의 접속 ID와 비밀번호가 임의로 만들어져 유출됐다.

유출된 ID와 비밀번호는 소액결제에 도용돼 무려 7000여 명이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내야 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이와 함께 고객의 개인정보 5000만 건을 데이터베이스 자료로 만들어 부가서비스를 판매하는 위탁업체 등에 배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탁업체들은 넘겨받은 정보를 이용해 텔레마케팅을 하고 그 수익금을 하나로텔레콤과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을 받을 때 본인임을 확인하지 않아 명의 도용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사람에게 연체 통보를 한 것이 100만여 건이나 됐다. 이 중 명의가 도용된 3000여 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용불량자가 됐다.

경찰은 “업체들이 전화로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개인정보 관리가 부실해 도용 피해를 사실상 방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소비자들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가 도용되지 않도록 약관 등을 꼼꼼하게 읽도록 조언했다. 또 가입 후 요금이 제대로 청구됐는지 청구서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T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서비스 가입자가 ID와 비밀번호를 직접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약관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일부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수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로텔레콤 측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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