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날개” vs “단발성 호재” 증시 어떻게 될까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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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코스피지수 2,000 돌파 이후 기력을 찾지 못하는 한국 증시에 대형 호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반짝 호재에 그칠 것인가.

8일 전날보다 20포인트가량 오르며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4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1,900 선을 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남북 정상회담이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개방정책 가속화 등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단발성 호재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시 상승 촉발” vs “일시적 이벤트”

남북 정상회담은 증시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정치적 위험 요인을 완화함으로써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오른 한국 증시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두 정상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해결점을 찾는다면 강력한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 정상회담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실제로 남북 정상이 사상 최초로 만났던 2000년의 주가 흐름을 보면 정상회담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연초(1,059.04)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3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알려진 뒤 4월 10일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5%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4월 10일 이후부터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6월 15일까지 11.4% 하락했으며, 6월 15일 당일엔 5.9%나 급락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2000년은 경기가 조정에 들어간 시기로 6월은 경기 조정의 중간 무렵이었다”며 “결국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경기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부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남북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같은 악재 속에서 증시 상승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이날도 여전히 코스피시장에서 4500여억 원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하며 ‘팔자’ 행진을 이어 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대북 수혜주, 옥석 가려야

이날 증시에서 대북(對北) 수혜주로 분류되는 주식은 큰 폭으로 올랐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남북 경협이 무르익으면 개성공단에 입주해 북한의 저임금 숙련노동력을 활용하는 경공업주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 수혜주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북한 관련 이슈는 처음에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학습 효과 때문에 빈도가 잦아질수록 영향력의 크기가 작아지고 기간도 짧아진다”며 “대북 수혜주 가운데 분위기를 타고 상승한 종목은 1∼2주 후 급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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