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경 "고통의 10년, 연기로 날려버릴래요"

  • 입력 2007년 8월 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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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숨도 안 쉬고 답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가 '고통'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딸을 얻은 뒤, 여자로서 잃었던 삶을 엄마로 다시 살게 됐습니다. 꼭꼭 숨어있는 게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어요."

1999년 이른바 'O양 비디오'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탤런트 오현경(37) 씨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활동을 재개했다. 오 씨는 9월 29일 첫 방영하는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의 반란'에서 주연을 맡았다. 오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지난날의 일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기자 회견장에서 배포한 '부탁의 말씀'에서 "어린 나이에 극심한 사건을 거푸 겪으면서 그저 죽은 사람이나 진배없이 10년을 침묵하며 살아왔다"며 "부족함을 채우고 성숙한 사회인으로 다시 일어나는데 지난 10년은 결코 길지 않은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결혼도 하고 애기도 낳고…. 하지만 평범하게 살기가 순탄치 않았어요. 'O양 비디오 사건 주인공'으로만 남아 살아가다보니…. 저의 활동 재개가 그늘진 곳에서 좌절과 고통에서 신음하는 분들에게 희망의 소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 씨는 1989년 미스코리아 진에 뽑히면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으나 1999년 비디오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채 연예계를 떠났다. 2002년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과 결혼했으나 4년 뒤 이혼했다.

연기를 위해 다시 용기를 낸 것은 유치원생 딸 때문이었다. 오 씨는 "딸이 엄마가 오현경이란 이유 하나 만으로 안고 갈 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그러려면 연기를 해서 내 자신을 떳떳이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연예인으로 성공해 주변에서 챙겨주는 삶을 살다보니 인간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몰랐습니다.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아픔은 10년 동안 다 받은 것 같아요. 이제는 베푸는 삶을 살고 싶어요."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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