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 트랙’ 총력전…①직접 접촉 ②측면 접근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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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6일로 발생 19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가 인질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석방을 위해 ‘이중전선’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주공(主攻)전선은 아프간 현지에서 벌이고 있는 정부 대표단의 직접 접촉 라인.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31일 탈레반 협상대표와 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동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발적인 살해 위협이 있기는 하지만 핫라인 가동 이후 인질의 추가 희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황 관리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5일에는 탈레반이 강 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과 인질 3명의 ‘한국어 통화’를 20분 이상 주선해 ‘신뢰 구축’을 위한 초기단계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록 현지 의료진을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질을 위한 긴급 의약품 전달을 거부하던 탈레반이 6일 이를 수용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정부는 ‘직접 접촉’ 채널을 통해 대면협상을 위한 조건과 시기, 장소 등의 막후 조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정부가 피랍사태 발생 이후 계속해 온 이면(裏面)전선에서의 석방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정치적 색채가 옅은 적신월사(赤新月社·이슬람 국가의 적십자사)를 비롯한 비정부기구(NGO)의 중재와 안전보장을 전제로 하는 대면접촉을 탈레반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탈레반과의 협상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던 적이 있어 탈레반이 요구하는 유엔의 안전보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일종의 대안이다.

정부는 현지에 파견된 이슬람 홍보 전문가들과 인접국 대사 등을 통해 범이슬람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이슬람권 주요 국가들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고, 요르단 하산 왕세자가 영국 가디언지에 관련 기고문을 싣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1996년 탈레반이 집권했을 때 정권을 승인했던 파키스탄과 아랍에미리트 등을 상대로 탈레반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탈레반이 재집권을 꿈꾸는 세력인 만큼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 상태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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