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이 안전운전 재교육 길 막아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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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만 따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면허 소지자도 운전 재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운전 경력 11년차인 회사원 이지현(34·여) 씨는 매년 겨울이 오면 차 몰기가 겁난다.

지난해 겨울 강원 평창군의 눈 덮인 산속에서 2시간여 동안 꼼짝없이 갇혔던 악몽을 떠올리면 운전대를 잡을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출퇴근길 간단한 운전이야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눈길과 빗길 운전은 아직도 완전 초보”라며 “전천후 안전 운전법을 가르쳐 주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꽉 막힌 도로교통법

안전운전을 위해 재교육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교육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 소지자가 사설 기관에서 돈을 내고 따로 운전 재교육을 받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후원으로 운전 재교육을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일부 있지만 자사(自社)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기간도 짧아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태부족이다.

운전 재교육 프로그램에 틈틈이 참가하고 있는 한정구(50) 씨는 “무료 교육이어서인지 시설이 부족하고, 직접 체험을 하는 데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비용을 일부 부담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빙 아카데미’가 보편화돼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유료로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자격증이 있는 교관들이 개인별 특성에 맞게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혼다자동차의 ‘스즈카 교통교육센터’는 일반인을 초·중·고급반, 단기반과 장기반으로 나눠 다양한 상황에서의 운전법을 체험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 사고 예방하고 운전을 즐긴다

운전 재교육 프로그램은 교통사고 예방은 물론 성숙한 운전문화 조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헌 오토미디어 대표는 “운전학원에선 면허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동차 운전 상식만을 가르친다”며 “운전자들이 기본기를 배우면 끼어들기도 없어지고 운전 기술이 향상돼 운전문화 수준이 한결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광년 한국모터스포츠협회(KMSA) 대표는 “불법적으로 돈을 받고 운전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라며 “전문 강사를 양성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내년부터 ‘안전운전 체험연구센터’를 가동하기로 하는 등 운전 재교육 기관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버스, 택시 운전자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일반인들은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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