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해 마음 졸였던 날들. 이제 디 워에서 우리만의 기술을 이뤘다. 두려움은 없다.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마지막 화면에 심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가 떴다. 영화 ‘용가리’의 흥행 실패 후 7년여 동안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길을 걸어오면서 오히려 강해진 영화에의 의지와 열정에 관한 토로였다. 관객들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디 워 열기는 인터넷에서도 뜨겁다. 누리꾼들의 댓글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디 워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혹평했던 독립영화감독 이송희일 씨의 블로그는 사이버 테러 수준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인간 심형래의 열정과 뚝심,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감동하고 있다. 디 워가 영화를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영화 팬들은 지금 디 워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심형래를 소비하고 있는 듯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에게 웬만한 국산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쉬운 영화’ 디 워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요즘 관객은 어쩌면 ‘똑똑한 영화’보다 ‘친절한 영화’를 더 원할지도 모른다. 조폭, 외설 영화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영화여서 더 어필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바보 영구’의 우직한 휴먼스토리가 일등공신이다. 그의 뚝심과 집념이 부박(浮薄)한 이 세상의 한 모서리를 내리쳤다. “디 워로 영화판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다”고들 하지만 ‘영구의 인생’이 곧 블루오션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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