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 어떻게 죽게 될까” 옆에 차만 지나가도 ‘철렁’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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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사는 ‘모하메드’란 이름의 20대 치과의사가 쓴 일기를 게재했다. 원문엔 날짜가 나오지 않지만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로 보인다. 테러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바그다드 시민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다음은 일기의 내용.

#수요일# 나는 언제 어떻게 죽게 될까. 땀에 젖어 잠에서 깼을 때 머릿속을 휘도는 질문이다. 지옥보다 조금은 서늘한 여름밤을 전기 없이 보낸 탓에 온몸의 근육이 쑤신다. 출근준비를 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머리에 총을 맞은 채? 폭탄에 온몸이 찢긴 채? 검문에 걸려 반대 종파의 고문 끝에?

일터인 정부 병원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다. 불타 버린 차들이 널린 거리엔 철조망과 콘크리트 블록들이 늘어서 있다. 바닥엔 탄피가 널려 있다. 옆으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 한다. 병원 입구에서 무장 경비원들에게 인사를 한다. (나는 그들도 무섭다. 그들도 민병대원일지 모른다.) 병원에 들어서자 디젤 발전기 연료가 거의 바닥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연료를 받으려면 한 달은 걸린단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란 말인가. 화가 나서 물었지만 상사는 어깨만 으쓱한다.

퇴근해서 집에 와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전기가 끊겨 있다. 우리 동네에선 사설 발전기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하루 8시간씩 전기를 사는 데 한 달에 120달러를 낸다. 주유소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데 석유를 사려면 6∼8시간은 줄을 서야 한다.

#목요일# 아내와 택시를 타고 장인어른 집에 갔다. 하지만 운전사가 동네에 들어가길 꺼려서 광장에서부터 걸어가야 했다. 장인 집 근처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지고 있었다. 골목으로 숨었다. 2층에서 잠을 자는데 집 앞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려 뛰어내려왔다. 토요일 정오에 돌아올 때까지 총소리와 폭발음은 그치지 않았다.

#일요일# 화창했다. 아내와 팝콘을 만들어 먹으며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을 봤다. 이라크 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이겼다. 동네 곳곳에서 하늘로 총을 쏘아댔다. 공중으로 쏜 총알이 떨어질 것에 대해선 왜 걱정을 안 하는 걸까?(축포 유탄에 맞아 2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담배를 사러 나갔다가 경탄에 잠겼다. 그야말로 모두가 하나 된 장면이었다. 평소 종파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던 거리는 우승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며 넘치고 있었다. 정부군 차량 위의 병사도 춤을 추고 있었다. 아내를 데리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하지만 아내는 뭔가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모여 있으며 폭탄테러범이 노리기 딱 십상일 것 같아요. 집으로 가요….

그날 밤 뉴스에선 폭탄테러로 자이오나에서 16명이 죽고, 만수르에선 10명이 죽었다고 나왔다. 그저 축구 승리를 기뻐한 무고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우리에게 단 하루도 즐거워할 순간을 허용하지 않는 건가? 언제 이 모든 일이 끝날 것인가, 나는 언제 죽게 될까?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화보]계속되는 테러…이라크 현지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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