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유교’ 버릴 것인가 보듬을 것인가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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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성에 영향을 끼친 유교문화는 비판적 극복의 대상인가, 창조적 계승의 대상인가. 유교가 순응과 적응을 강요하며 한국인의 주체적 자아 형성을 좌절시키고 있다며 이의 극복을 주장한 논쟁적 저술이 최근 출간됐다. 사회학자로 강단과

시민단체를 오가며 활동하다 프랑스로 건너간 정수복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초청연구원이 쓴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생각의 나무)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방법론적 단절’로 5년간의 파리 연구생활을 택했다. 이를 토대로 집필한 저서에서 그는 근대화된 한국이 여전히 왜곡된 근대에 머무는 이유를 무교(巫敎)와 유교가 결합된 전근대적 문화문법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여러 문명권의 문화적 특징이 그 종교에서 기원한다는 페르낭 브로델의 저서 ‘문명의 문법’과 특정한 사회적 환경 아래 내면화된 문화적 구조를 뜻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원용해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12개를 추출했다.

정 박사는 이를 한국의 종교적 전통에서 추출한 6개의 ‘근본적 문법’과 이 문법이 19세기 후반 이후 서구의 근대성과 만나 새로 형성된 6개의 ‘파생적 문법’으로 나눴다. 근본적 문법은 △현세적 물질주의(“잘살아 보세”) △감정우선주의(“꼭 말로 해야 아냐”) △가족주의(“또 하나의 가족, 삼성”) △연고주의(“우리가 남이가”) △권위주의(“억울하면 출세하라”) △갈등회피주의(“대과 없이 임기를 마쳐 다행”)이다. 파생적 문법은 △감상적 민족주의(식민 체험에 의한 열등감) △국가중심주의(반개인주의) △속도지상주의(“빨리 빨리”) △근거 없는 낙관주의(“하면 된다”) △수단방법 중심주의(“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이중규범주의(“겉 따로 속 따로”)이다.

이들은 원시 무교와 18세기 이후 속류화한 유교의 결합으로 이뤄진 전근대의 산물인데도 한국인들의 열등감 해소 내지 자부심 고취를 위해 ‘창조적 전통’으로 왜곡·옹호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정 박사는 근대화된 한국에서 ‘황우석 사태’와 같은 전근대적 사건이 벌어지는 원인을 여기에서 찾으며 “전근대의 해체 없이 근대의 완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10일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서 열리는 ‘한국인, 심리학 그리고 문화’ 세미나에서도 유교문화를 다원적으로 해석한다.

최진덕(철학) 한중연 교수는 ‘한국인의 마음과 주자학의 유산’이란 발표문에서 정 박사와 다른 관점으로 조선조 성리학을 비판한다. 그는 주자학이 세속적 국가와 초세속적 종교를 모두 약화시키는 바람에 한국인이 공적 영역을 소홀히 하고 가족이기주의에 빠졌으며 개화기 이후 종교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또 도덕주의의 과도한 내면화로 한국 지식사회의 도를 넘는 현실 비판을 초래했다는 것.

조긍호(심리학) 서강대 교수는 ‘동아시아 집단주의의 유학사상적 배경: 심리학적 접근’에서 유학적 전통에 기초한 동양의 집단주의적 심성을 서양의 개인주의와 구분한다. 그는 사회적 관계체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유학적 전통에서 능동적 주체적 가능체적 인간이 출현하며, 이는 연계성 조화성 가변성을 강조하는 동양 심리학의 정초가 돼 자율성 독립성 안정성을 내세우는 서양 심리학과 대별된다고 주장한다.

김형효(철학) 한중연 명예교수는 ‘한국인의 공동심리 유형들과 그 양면성’에서 한국인의 공동심리유형(문화문법)을 유교 이전 시대에서 찾는다. 그는 단군신화 시대부터 순수성에 대한 집착, 신바람, 근본주의와 시류주의의 공존이 있었고 이들이 유불선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정성과 긍정성을 동시에 드러낸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공유’와 ‘투쟁’의 개념이 결합한 ‘상속된 가능성’이라는 하이데거식 개념으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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