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라인 잘 돌고 있습니다"

  • 입력 2007년 8월 6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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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공장 S라인 이례적 공개

삼성전자가 지난주 발생한 정전 사고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기흥 반도체 단지 K2 지역의 S 라인을 내외신에 공개했다.

◇ "반도체 생산 라인 잘 돌아갑니다"

6일 언론에 공개된 S라인은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IT 기기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거래처와 언론 등에 반도체 생산과 관련한 기초적인 정보 제공 차원에서 극히 일부 라인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S라인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파격적인 생산 라인 공개는 공장이 신속히 안정을 되찾아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 주위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관론을 하루 빨리 잠재워야 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공장 건물의 윈도우를 통해 본 S라인은 외견상 보기에 정상적으로 원활히 작동되고 있었다.

라인 내부에는 대형 기계들이 다양한 색상의 불빛을 내뿜으며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흰 방진복을 입은 기술자들이 생산 기계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기계에는 반도체 공정의 진행 상황을 표시해 주는 빨간색과 노란색, 파란색의 램프가 달려 있었다.

라인을 안내한 최창식 시스템LSI 부사장은 기계에 달린 램프를 가리키며 "정전 사고 이후 램프들은 모두 빨간색으로 변했지만 지금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모든 기계는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부사장은 "정전시 질소와 포토, 에칭 등 핵심 공정을 맡은 설비에는 비상 전력이 들어갔고 사고 이후 긴급 인력을 투입, 웨이퍼 클리닝 작업을 진행해 라인이 조기 정상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수율은 사고 이전으로 돌아왔나"

이날 라인을 둘러본 취재진의 관심은 "과연 기계는 정상 작동하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 라인의 수율은 사고 이전으로 돌아왔느냐"에 쏠렸다.

초정밀 공정을 수행하는 반도체 생산 설비와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보존돼야 하는 웨이퍼들이 4시간 이상 지속된 정전 사고의 여파를 하루 이틀 만에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계속됐다.

삼성전자는 피해액이 400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증권가는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액을 많게는 2000억 원 대까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화학 공정 등에 필요한 핵심 설비의 경우 응급전원공급장치(UPS)와 비상발전시스템을 통해 전원 공급을 계속했고 전원 공급이 중단된 기계들은 대부분 비핵심 공정의 기계였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았으며, 이후 기계 고장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식 부사장은 "일단 제조 마무리 단계인 후공정 작업을 진행 중이던 웨이퍼의 수율을 조사했는데 사고 이전 수준이었고, 공정 중간 단계에 있는 웨이퍼도 꺼내 확인해 봤지만 불량률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전이 되면 모든 웨이퍼를 꺼내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최 부사장은 "정전 이후 바로 긴급 인력을 투입해 클렌징 작업을 진행했고, 이 작업을 통해 살린 웨이퍼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삼성전자가 수율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고 직전 생산 라인에 투입됐던 모든 웨이퍼의 불량 테스트 결과가 나와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은 "모든 것은 8월달, 3분기(7~9월) 반도체 실적을 통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백 마디 설명보다 나중에 실적을 보면 반도체 생산 라인이 정상 작동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 "국내외 우려 불식시켜라" 바빠진 삼성

삼성전자는 사고 이후 노키아와 애플 등 주요 대형 거래처를 상대로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제품 공급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알리며 정전 사고 이후 제기된 위기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황창규 사장은 이날 오후에는 해외 주요 거래처를 상대로 한 콘퍼런스 콜을 주관하며 정전 사고의 정확한 개요를 설명하고 향후 생산 계획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황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전 사고 이후 주요 해외 고객들로부터 걱정 어린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내용을 있는 대로 잘 설명했다"며 "지금은 고객사들이 모두 안심하고 삼성전자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흥 공장 개방은 사고 이후 현장 복구를 총지휘한 윤종용 부회장의 아이디어다.

윤 부회장은 정전 사고가 발생한 당일 기흥으로 내려와 피해 현황을 보고 받고 "국내외에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에 정상 작동하고 있는 공장의 모습을 직접 보도록 해야 한다"며 공장 개방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공장이 완벽하게 정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황 사장의 설명대로 한 달 후 혹은 3분기 실적이 나왔을 때 정전 사고가 단순한 경상이었는지 중상이었는지, 아니면 치명상이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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