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中동포 임금격차 없어진다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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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동포(조선족)가 국내 인력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15년 만에 내국인과 중국동포 간에 임금 격차가 사라지고 있다. 본보 조사 결과 1995년 주방보조나 서빙을 하는 식당종업원의 임금은 내국인이 월 100만 원, 중국동포는 60만 원으로 40% 차이가 났지만 매년 격차가 줄어 최근에는 모두 월 130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인은 이미 작년부터 내국인, 중국동포 모두 130만 원을 받고 있으며 가사도우미는 내국인은 150만 원, 중국동포는 140만 원으로 임금 격차는 10만 원 정도. 식당종업원, 간병인, 가사도우미는 대표적인 여성 인력이다.》

남성이 대부분인 건설일용직의 경우 1992년에는 중국동포의 임금이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잡부와 목수 모두 일당이 1만∼2만 원 차이로 줄어들었다. 일부 중국동포는 잡부(일당 5만8000원)에서 출발했지만 기능을 익혀 임금이 높은 목수(일당 9만6000원)직에 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원은 “완전 경쟁시장인 일용직 인력시장은 생산성이 임금을 좌우하는데 한국문화에 적응한 중국동포는 생산성에서 내국인과 별 차이가 없다”며 “더욱이 식당종업원 등 일부 업종은 중국동포가 압도적으로 많아 교섭력도 높기 때문에 임금이 내국인과 차이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 건설직 일당 차이 1만∼2만 원으로 좁혀져

지난달 30일 낮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 건너편 먹자골목. 본보가 이 중 ‘꼬치집’, ‘동해랑’, ‘강원집’ 등 한 골목 전체의 11개 식당을 조사한 결과 종업원 23명 중 11명이 중국동포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백화점 지하 1층에서 영업 중인 23개 식당에서도 가족끼리 운영하는 식당을 제외하면 대부분 1명 이상의 중국동포를 고용하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설렁탕집을 20년 넘게 운영해 온 김경만(53) 사장은 “종업원을 구하려고 직업소개소에 문의하면 대부분이 중국동포”라며 “중국동포가 파업하면 한국 식당은 장사를 못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중국동포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인력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입주형 가사도우미’는 비싸더라도 내국인을 선호하지만 내국인은 하려는 사람이 적어 중국동포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임금 수준도 차이가 거의 없다.

중국동포가 약 30%를 차지하는 건설일용직종의 임금도 내국인과 중국동포의 차이가 줄고 있다. 취재진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인력시장에서 확인한 결과 중국동포들은 내국인에 비해 일당 1만∼2만 원을 덜 받고 일하고 있었다.

○ 음식값 안정에 기여한 중국동포

중국동포가 일용직 인력시장을 점령하는 이유는 내국인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면서 고용주들이 차선책으로 외국인 가운데 중국동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중국동포는 22만1000여 명이며 불법 체류자(약 3만2000명)를 포함하면 25만여 명. 남녀 성비는 1 대 1 정도. 이 중 44.7%가 음식점업 취업 희망자로 10만 명 이상의 중국동포가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의 일반음식점은 29만5266개. 이 중 종업원 1∼4명 규모의 음식점 비율이 87.6%다. 혼자 또는 가족끼리 운영하는 음식점을 빼면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중국동포들이 일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당 주인들은 “2000년 이후 내국인 취업자가 급격히 줄면서 중국동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며 “식당에서 일하던 내국인 중 상당수는 노래방 등 편하게 일하면서도 임금이 높은 곳으로 옮겨 갔다”고 말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음식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은 1985년 34.9세에서 1995년 39.5세, 2000년 41.9세를 거쳐 2005년에는 44.6세까지 높아졌다. 젊은 인력이 식당일을 기피하면서 종사자들의 평균연령도 계속 올라간 것. 한국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내국인 여성의 3D 업종 기피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은 한국의 임금 상황에 대한 정보를 중국동포도 잘 알고 있고 임금 차별을 하면 중국동포가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동포들이 식당종업원 인력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식당 운영의 인건비를 낮춰 음식점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많은 식당 업주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중음식점의 한 끼 가격은 4000∼5000원으로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규용 연구원은 “자영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식값을 올리기 힘든 측면도 있었지만 중국동포의 고용이 식당의 인건비를 낮춰 음식점 가격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오래전부터 외국인 인력이 유입된 서유럽도 일부 업종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이 차이가 없다”며 “한국도 이런 분야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희진(영국 노팅엄대 경영학과 졸업), 이재하(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전경완(한동대 경영-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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