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 급락장서 외국인-기관에 완패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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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 고지를 돌파한 뒤 급락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많이 산 종목이 외국인과 기관이 주로 매입한 종목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크게 출렁거려 변동 폭이 클수록 개인투자자(개미)가 피해를 본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5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순매입(매입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한 종목 중 상위 30개의 주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개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평균 11.32% 하락했다. 반면 기관투자가의 평균 하락률은 1.15%, 외국인은 3.66%로 나타나 주가가 떨어진 와중에도 기관과 외국인은 비교적 손해를 덜 봤다.

또 개인이 순매도한 상위 30개 종목은 평균 2.82% 오른 반면 기관은 10.36%, 외국인은 7.80% 각각 떨어져 주식을 팔 때도 개인의 손해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 개미가 사면 내리고, 기관이 사면 올라

최근 급락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조사 기간에 외국인은 3조526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2조154억 원어치를 순매입했다. 기관은 67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은 형국이다.

하지만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민은행은 이 기간에 주가가 14.97%나 떨어졌다. 기아자동차(―19.54%), 신한금융지주(―10.27%), SK에너지(―15.63%) 등 개인이 순매입한 상위 30개 종목은 모두 하락했다.

○ “분석 없는 투자는 위험”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가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제한적인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손실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투자전략부장은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회사의 재무 상태나 발전 전망 등을 파악하지 않고 투자하기 때문에 증시가 하락하면 불안한 마음에 알짜 종목을 헐값에 팔아 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는 것도 개인들의 ‘비과학적’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주가가 상승한 데다 기업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좋게 나오자 상당수 증권사에서 지나치게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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