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신도시 집값 왜?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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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송파 등 2기 신도시 저가아파트 기대에 수요 뚝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는 중견기업 임원 A(46)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으로 이사하려고 올해 초 152m²(46평형) 아파트를 7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내놨다.

A 씨는 집값이 가장 비쌌던 작년 11월보다 1억 원이나 싸게 내놨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집을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집은 좀처럼 팔릴 기미가 없었다. 다급해진 그는 3개월 전 호가(呼價)를 6억8000만 원까지 낮췄지만 최근까지도 문의 전화가 거의 없다. 결국 A 씨는 이사를 포기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지역과 더불어 부동산 폭등세를 주도했던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의 주택 시장이 올해 들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워낙 단기간에 많이 오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요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많다. 물론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 연말로 갈수록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 거래 줄고 가격은 빠지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B아파트(198m²대·60평형대)는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4억 원가량이 내렸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지난해 폭등한 가격(약 6억 원)만큼 내린 것은 아니지만 반년 남짓한 기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하락폭이다.

거래가 끊기면서 작년 9월 91개였던 이 지역 중개업소도 현재 59개로 35% 줄었다.

일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6억 원 선에 거래되던 마두동의 109m²(33평형) 아파트는 몇 달 전부터 5억 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문의가 거의 없다. 지난해 1억5000만 원가량 올랐다가 올해 들어 1억 원가량 내린 셈이다.

호수공원에서 가까운 주엽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호수 조망권이 있는 곳은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값이 상당히 빠졌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1월 5억 원 선에 거래되던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의 109m²(33평형) 아파트도 올해 들어 1억 원가량 시세가 내렸다. 현재는 4억 원에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1기 신도시의 평균 아파트 값 상승률은 산본 ―0.79%, 평촌 ―0.52%, 분당 ―0.35%, 일산 ―0.29%, 중동 3.34% 등으로 중동을 뺀 신도시 전역의 아파트 값이 내렸다.

반면 이 기간 서울은 평균 2.41%, 1기 신도시를 뺀 경기 지역은 평균 1.35% 올라 대조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8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됐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42m²(13평형)는 올 3월 7억 원 선까지 시세가 떨어졌다 현재 8억 원 선까지 올라 지난해 고점(高點) 가격을 거의 회복하는 추세다.

○ 저가(低價) 아파트 기대감도 한 원인

1기 신도시 아파트 값이 급락한 주된 원인은 세제(稅制) 강화와 대출 억제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지만 1기 신도시의 특수한 상황변화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판교신도시 분양’이 그 주변에 있는 분당과 평촌의 아파트 값을 끌어 올렸지만 이제는 1기 신도시에 이런 대형 호재가 동이 났다”고 지적했다.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 일산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의 고가(高價) 아파트가 늘면서 주변 지역에서 1기 신도시로 옮겨가는 진입 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고가 아파트를 흡수할 만큼 주변 수요층이 두껍지 않다는 것.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송파신도시 등 2기 신도시의 분양가가 싸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이 1기 신도시에 있는 기존 아파트 매수를 꺼린 것도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1기 신도시의 아파트 값이 리모델링 변수를 타고 약세를 벗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부터 리모델링이 가능한 시점(준공 후 15년)에 접어든 단지가 크게 늘었고, 실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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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혜진(연세대 경영학과 4년) 임형균(KAIST 물리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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