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야스쿠니 전범 합사 뒷날 화근 될것”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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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히토(裕仁·1901∼1989·사진) 전(前) 일왕은 A급 전범을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한 것에 대해 “전사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신사의 성격이 변할 것이며, 전쟁에 관련된 나라들과의 관계에 앞으로 깊은 화근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생전에 우려와 반대를 나타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시인 오카노 히로히코(岡野弘彦·83) 씨가 A급 전범 합사 8년 뒤인 1986년 가을경 히로히토 전 일왕의 최측근이었던 고(故) 도쿠가와 요시히로(德川義寬) 시종장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교도통신에 밝히면서 알려졌다.

히로히토 전 일왕이 A급 전범의 야스쿠니신사 합사를 불쾌하게 여긴 사실은 지난해 도미타 도모히코(富田朝彦) 전 궁내청 장관의 메모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으나 당시 구체적인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도쿠가와 시종장은 히로히토 전 일왕의 시(詩) 작품에 대한 의논을 위해 오카노 씨를 찾은 자리에서 “윗분(히로히토)이 A급 전범 합사를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첫째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무하기 위한 것이란 (야스쿠니신사의) 성격과 맞지 않고, 둘째 전쟁과 관련 있는 나라와의 관계에서 장래에 깊은 화근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 것 두 가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1975년 11월까지 8차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나 A급 전범 합사 뒤에는 한 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A급 전범 합사는 1978년 10월 비밀리에 이뤄졌고, 이 사실은 이듬해 4월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즉위 이후 단 한 번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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