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 후보 고산-이소연 씨 일시 귀국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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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빠져 헬기 기다릴땐 앞이 캄캄”

《한국 첫 우주인 후보 고산(30·삼성종합기술원 퇴직), 이소연(28·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씨가 5개월간의 러시아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4일 대한항공 편으로 일시 귀국했다. 작년 12월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뒤 두 사람은 한 달간 국내에서, 다섯 달간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사업단 최기혁 단장은 “둘 다 훈련 전보다 한층 건강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지금까지 성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9월 초 최종 선정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생존 전문가로 변신한 두 우주인

러시아 훈련은 두 사람을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전문가로 탈바꿈시켰다. 기본 바탕은 규칙적인 체력훈련. 선발전에도 ‘몸짱’이었던 두 후보는 “훈련 덕에 한층 더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태권도 3단인 이 씨는 “하루에 오전과 오후에 걸쳐 3시간 정도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헬스 30∼40분, 수영 800m, 조깅 3∼4km는 가볍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권투와 등산을 즐기던 만능 스포츠맨답게 정규 체력훈련 시간 외에도 틈만 나면 체육관을 찾았다. 7월 말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서 실시한 수중생존훈련은 두 후보에게 지옥훈련이었다. 비좁은 우주선 안에서 우주복 ‘소콜’을 벗고 해상 탈출복으로 갈아입은 두 후보는 망망대해로 뛰어들어 구조 헬기가 올 때까지 30분 이상 이를 악물고 차디찬 바다에서 버텨야 했다. 원래 초원으로 착륙해야 할 우주선이 바다로 불시착했을 때를 대비한 것.

두 후보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 입소한 건 3월 7일. 오전 6∼7시에 일어나 오후 11시 반경 잠들 때까지 1, 2시간 단위로 체력훈련과 이론 및 실습교육이 매일 이어졌다.

러시아어 실력도 놀라우리만치 늘었다. 두 후보 모두 러시아어 기본 철자조차 읽지 못했지만 이제는 통역 없이도 웬만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우주이론 실력과 우주선을 다루는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이 씨는 “‘생명유지장치 훈련’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제한된 공간인 우주선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소, 물, 음식 등을 공급 받는 방법과 각종 기기들의 작동원리를 익히는 훈련. 두 후보는 “몇 번씩 다시 물어봐야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지난주 두 후보는 귀국 직전 우주선과 국제우주정거장(ISS) 이론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

○ 독서와 인터넷으로 스트레스 해소

두 후보의 사교성과 친화력은 훈련센터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고 씨는 원래 과묵한 편. 러시아어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현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기숙사를 청소하는 아주머니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가 됐다. 함께 삼시 세끼를 러시아 식당에서 챙겨 먹고 운동도 해 온 러시아 우주인 톨라와는 아예 단짝이 됐다.

이 씨는 타고난 성격이 워낙 외향적이라 마당발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 테레시코바(러시아)와도 금방 친구가 됐다. 특유의 요리 솜씨를 발휘해 다른 나라 우주인들에게 비빔국수를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씨가 선보인 ‘한국의 맛’은 훈련센터에서 한동안 화젯거리가 됐다.

최종 우주인 선정일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할 것 같지만 두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씨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독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어린왕자’를 되풀이해서 읽었다. 이 씨는 인터넷이 큰 위안.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우주인 후보들의 동호회인 ‘우주로245’ 카페에도 자주 글을 올리고 개인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두 후보는 1주일간의 개인휴가를 마친 뒤 ISS에서 수행할 18가지 과학실험 훈련을 받고 25일 다시 러시아로 출국한다.

최종 후보가 선정되면 비행팀과 예비팀(팀마다 러시아 우주인 2명 포함)으로 나뉘어 내년 3월까지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을 받게 된다. 본인의 컨디션은 좋지만 다른 팀원이 안 좋아도 비행팀과 예비팀이 바뀐다. 한국 우주인이 탑승할 소유스호는 내년 4월 8일 오후 발사될 예정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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