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돈키호테를 만나볼까…‘익살’조승우 vs ‘심각’정성화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코멘트
돈키호테를 다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조승우 정성화를 더블캐스팅한 이 작품은 원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토니상 5개 부문 수상을 비롯해 김선영 윤공주 등 화려한 캐스팅과 데이비드 스완 연출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특히 돈키호테 역을 맡은 두 주인공에게 관심이 쏠렸다. 세르반테스 원작의 돈키호테는 익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복잡한 캐릭터다. 이처럼 이중적인 캐릭터를 조승우와 정성화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관심을 모았다.

3일(조승우), 4일(정성화) 무대에서 두 사람은 각각 서로 다른 ‘돈키호테’를 내놓았다. 조승우는 ‘망가진 돈키호테’를, 정성화는 ‘고뇌하는 돈키호테’를 선보였다.

조승우는 마른 몸이나 카랑카랑한 목소리 등 자신의 몸이 원작의 돈키호테와 닮은 점을 이용해 적절히 망가졌다. 무거운 창을 들지 못해 기우뚱거리거나, 노새몰이꾼과 싸운 뒤 익살스럽게 다리를 떨며 쓰러지는 대목 등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전 출연작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는 꼬장꼬장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말투로 관객의 웃음을 더 증폭시켰다. 자신을 소개할 때 “라만차의 기사” 하고 당당하게 말하다가 “지망생 돈키호테입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대목 등에서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인해 주제가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르는 마지막 대목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기립박수를 보냈다.

건장한 체구의 정성화는 몸으로 망가지는 연기는 거의 하지 않았으며 조승우류의 웃음 코드도 보여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진지하고 고뇌에 찬 돈키호테를 선보였다. 그의 연기는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힐난하는 이들에게 “이 미친 세상에 제정신을 갖고 산다면 그게 정상일까요”라고 항변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알돈자를 보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빛났다.

특히 관객들을 매료시킨 대목은 바리톤 음색의 낮은 목소리. 마지막 대목에서 그가 ‘이룰 수 없는 꿈’을 열창할 때 객석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 공연은 9월 2일까지 열린다. 02-2005-0114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