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4각 줄다리기… ‘대화의 끈’ 놓지 말아야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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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랍 사태 5가지 포인트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지 6일로 19일째를 맞는다. 그동안 인질 2명이 살해됐지만 나머지 인질 21명의 석방을 위한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5일 하루 동안에도 낙관과 비관이 교차했다. 탈레반은 인질 3명에게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와 통화를 하게 한 반면 ‘한국 정부의 협상 노력이 부족하다’며 인질 살해 위협을 재개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피랍 사태의 5가지 쟁점을 짚어 본다.

▽사태 해결 얼마나 걸릴까=한때 구출작전설이 나오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분위기도 지난 주말 이후 수그러들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 접촉 움직임에 기대를 품고 있지만 언제 어떤 합의가 나올지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탈레반 측이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카드를 고집할 경우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는 않다. 과거 사례로 볼 때 탈레반 측은 협상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대체로 3일 내에 인질 모두를 살해했지만 협상 국면이 지속될 경우 인질 살해 등 극단적인 해결은 자제해 왔다.

결국 탈레반과 대화의 끈만 놓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사태 전개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단 사태가 길어질수록 인질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4자 협상 흐름은=5, 6일(현지 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피랍 사태의 당사자는 ‘4자’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경우 ‘테러집단과의 협상 불가’라는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프간 정부는 미국에 탈레반 죄수 석방을 설득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한국정부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탈레반은 여전히 ‘인질 맞교환’에 요지부동이다. 협상 대표의 안전보장과 중재를 요청하며 유엔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유엔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 정부나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지만 여의치 않다. 탈레반의 태도 역시 쉽게 변할 것 같지 않아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탈레반 강온파 의견차 있나=탈레반 내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31일 두 번째 인질을 살해한 뒤부터. 탈레반은 협상 시한을 1일 오후로 제시했지만 그 뒤 시한을 추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본보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 씨는 “탈레반 내부에서도 인질 문제를 끌지 말고 어떻게든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3일 전했다. 탈레반 측이 지역 종교지도자와의 접촉 및 의견 청취를 요청한 것도 온건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오랜 인질 감시로 예민해진 탈레반 내 강경파가 ‘인질을 살해하고 사태를 마무리 짓자’는 극단적인 해결을 주장할 것이 우려된다.

▽탈레반이 진짜 원하는 것은=탈레반은 협상 과정에서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수감자 석방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탈레반 측이 ‘맞교환 카드’에 권한이 없는 한국 정부와의 직접 접촉을 고수한 이유가 의문으로 남는다.

‘탈레반 내부에서 맞교환 카드를 고수하는 강경파와 몸값을 받아내자는 실리파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탈레반이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명분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중이 높지 않은 탈레반 수감자 몇 명과 인질들을 맞교환하고 나머지 인질은 돈을 받고 석방하는 방법으로 요구조건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군사작전 가능성 있나=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군사작전은 없다”면서도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실제 군사작전을 염두에 둔 것인지, 단지 탈레반 측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군사작전을 통한 인질 구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다국적군이 2일 아프간 헬만드 주의 탈레반 근거지를 공습했지만 민간인만 40여 명이 희생됐을 만큼 정밀한 작전 수행이 어렵다.

지상전을 전개할 경우 험준한 산악지형인 데다 탈레반 측도 막강한 화력을 보유해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된다. 탈레반 측이 인질들을 분산 수용하고 매일 근거지를 옮기는 점도 공격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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