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며 탈레반 변화 유도 국제공조 통한 압력 모색하는듯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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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부 언급 ‘창의적 해법’ 뭘까

5일로 발생 18일째를 맞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인질들의 무사하고 신속한 귀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나란히 언급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의적 외교(creative diplomacy)’는 4일(한국 시간) 국회 5당 원내대표 등 방미 의원외교단이 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 및 존 데일리 테러확산 담당 차관보를 연쇄 면담한 자리에서 언급됐다.

이에 앞서 3일 밤 노무현 대통령은 특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주재한 안보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이 화답한 모양새가 됐다.

번스 차관은 창의적 외교의 의미에 대해 “한국과 미국, 아프간, 유엔이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간에 이견이 생기면 탈레반의 전략에 휘말리는 격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만을 놓고 본다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세계 전략상 ‘테러리스트에 대한 양보는 없다’는 근본 원칙에 변화를 줄 수는 없으므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현재 협상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유엔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인질 석방의 길을 모색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은 불가능한 사안이니 탈레반 무장단체가 기존 요구를 접고 실현 가능한 새 조건을 들고 협상에 유연한 자세로 임하도록 한국과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자는 메시지를 내놓자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탈레반과의 직간접 접촉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면서 탈레반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창의적 해법이라는 용어의 선택이 한미 간 직접적인 교감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는 태도를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의 요구와 미국의 원칙 탓에 현재 타협점을 못 찾고 있는 피랍 사태의 해결책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찾아내자는 뜻이며 한미가 공동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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