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전설’ 본즈, 31년만에 ‘홈런타이’ 쾅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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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그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 모인 4만2000여 관중의 숨이 멎었다. 모든 시선은 허공을 가르는 백색 점 하나에 꽂혔다. 공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경기장은 열광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가 ‘홈런왕’ 행크 에런이 1976년 7월 21일 기록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종전 최다 홈런(755개)과 31년 만에 타이를 이루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본즈는 5일 샌디에이고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진 2회 선두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를 밀어 쳐 116m짜리 좌월 솔로포를 뽑아냈다.

본즈는 이로써 에런의 역대 개인통산 최다 홈런 755개와 타이를 이뤘다. 1986년 데뷔 후 21년 만의 대기록. 본즈는 이제 홈런을 추가할 때마다 미국프로야구 홈런 역사를 새로 쓰는 ‘신기록의 사나이’가 됐다.

본즈는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가는 공을 바라보다 홈런임을 직감하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팀 배트보이인 아들 니콜라이(16) 군과는 뜨거운 포옹을, 관중석에 있던 아내 리즈 씨와는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나눴다.

본즈는 6일 샌디에이고전에는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7일 워싱턴을 상대로 홈 팬들 앞에서 통산 756호 홈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경기는 샌프란시스코가 2-3으로 졌다.

본즈의 홈런 기록을 추격할 선수로 꼽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32·뉴욕 양키스)도 이날 홈런 이정표를 세웠다. 로드리게스는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1회 선발 카일 데이비스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때려 미국프로야구 최연소(32세 8일) 개인통산 500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지미 폭스의 32세 338일. 통산 500호 홈런은 22번째.

한편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8)은 4년 만에 애리조나 유니폼을 다시 입고 선발로 출격하게 됐다. 애리조나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전날 영입한 김병현이 피츠버그와의 9일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존경받지 못하는 홈런왕▼

인종편견에 태도 불손 겹쳐… 대기록 저평가

배리 본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프로야구 최고의 홈런왕’과 ‘약 기운으로 뛰는 선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흑인이라는 인종적 편견과 그의 건방진 태도도 대기록 달성이 저평가되는 이유다.

○ 본즈, 살아있는 홈런의 전설이 되다.

본즈는 5일 통산 홈런 755개로 ‘홈런왕’ 행크 에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본즈는 에런만큼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본즈의 홈런 기록은 에런보다 앞선다. 본즈는 1986년에 데뷔해 5일 현재까지 22시즌 동안 75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한 해 평균 34개가 넘는 홈런이다. 반면 에런은 평균 32개. 타수도 본즈가 9768타수로 에런(1만2364타수)보다 2600타수 정도 적다.

더군다나 본즈는 이미 43세로 에런의 은퇴 시점인 42세를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26개의 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1개를 기록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약물 의혹을 떠나 투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매해 평균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다는 것은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 최다 홈런은 장종훈의 340개로 본즈 기록에 한참 떨어진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오 사다하루가 통산 868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89m로 짧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 본즈의 기록이 세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아직 40대 초반인 본즈가 몇 해만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800홈런 달성도 불가능은 아니다.

○ 누가 ‘본즈의 전설’을 깰까?

역대 최다 홈런 랭킹 20위 안에 본즈를 제외하고 현역은 텍사스 새미 소사(604개)와 신시내티의 켄 그리피 주니어(589개), 토론토의 프랭크 토머스(505개)뿐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30대 후반이라 노쇠했다는 평가가 많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가장 유력한 본즈의 경쟁자로 꼽힌다. 그는 통산 홈런 500개로 이 부문 22위지만 현재 32세로 젊다. 14년 동안 500개 홈런(평균 35개)을 기록한 강타자인 로드리게스가 본즈처럼 43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며 매해 30개 홈런만 쳐낸다는 단순 계산으로는 800개 달성도 가능하다.

○ 금지 약물이 결국 발목을 잡나?

최근 미국 언론들은 본즈가 홈런 신기록을 달성한 뒤 기소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본즈가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배심이 본즈를 9월에 기소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

본즈는 2003년 3월 연방대법원에서 약물 복용 관련 진술을 하면서 “금지 약물인지 모르고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본즈는 각종 야구 관련 부대사업을 하며 탈세한 혐의로 추가 기소될 위기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이 본즈에게 유죄를 선고할 경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본즈의 기록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성열(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최형욱(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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