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국가 차원 학위검증기구 효율성 있나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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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파면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허위 박사학위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의 학위검증기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가가 외국 학위를 검증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당의 안홍준, 한선교 의원도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맹 의원은 “외국 박사는 귀국 후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다”며 “대학 전임교원에 지원한 외국 박사들은 국가가 한 차례 학위 검증을 한 뒤 증명서 등을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외국 학위를 허위 신고할 경우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 의원은 “외국 박사학위 인증위원회에서 학위의 진위를 판별하고 국외 취득 학력의 인정 기준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학계의 의견은 좀 다르다. 학위검증기구를 만들어도 모든 국가와 대학의 학위를 일일이 확인하고 검증할 수 없고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에 세금만 낭비할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에도 국가 차원의 학위검증기구는 없고 미국고등교육인증협의회(CHEA)에서 3∼5년마다 학위 발급 능력을 인증하는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매번 인증 대학과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유명 대학이라고 해서 학위 프로그램이 모두 우수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그램에서 주는 우수 학위가 많아 이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학계에선 미국처럼 대학이 자체적으로 지도교수와 직접 접촉해 학위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철저한 면접으로 연구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우수 인재를 뽑는 것은 결국 대학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조성택(철학과) 교수는 “종류와 수준이 다른 박사 학위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인증할 수 있겠느냐”며 “외국에선 국가가 모든 학위를 획일적 기준으로 검증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위를 철저히 검증하려는 관심은 평가할 만하지만 무턱대고 국가기구부터 설립하려는 것은 성급한 주장이다.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생색내기’용 입법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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