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찬모]수학, 재미있게 가르칩니까?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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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사이언스지의 기사는 한국의 수학 과학 교육의 치부를 세계에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명성 있는 공과대의 신입생이 적분 기호도 몰랐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쓴 리처드 스톤 씨는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AAAS 연차대회 때 필자와 같은 세션에서 북한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발표할 만큼 남북의 과학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과 정보를 가진 기자다. 그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대학생이 수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입학한다.

지금의 교육제도로는 미적분을 모르고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제7차 교육과정이 발표되면서 많은 과학기술단체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학 과학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도록 요구했다. 정부는 마이동풍이더니 결국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선택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보니 고등학교 학생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수학 과학 과목을 기피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리 ‘가’형과 ‘과학Ⅱ’ 과목에 응시하는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 몇몇 상위권 대학은 이공계 입학전형에 이런 과목을 요구하거나 가산점을 주지만 많은 대학이 신입생 확보에 급급해 선택과목에 상관없이 선발한다. 이런 정책을 갖고 과학기술에 기초한 국가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적분 못 푸는 한국 대학생들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수학 과학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과학기술의 진흥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첫 번째 제안 항목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수학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4년간 장학금을 주고 매년 1만 명의 수학교사를 양성해 1000만 명의 학생을 가르치도록 했다. 또 25만 명의 교사가 석사 혹은 특수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강화하고 특수고등학교를 세워 과학계 학생을 늘리라고 주장했다.

많은 학생이 수학 과학 과목을 어려워한다. 학문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교재와 교수방법 및 학생의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답이 없는 인문사회 문제보다는 일정한 답이 있는 수학 과학 문제가 훨씬 더 풀기 쉽고 또 답을 검증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수학이나 과학은 암기해서 되지 않고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공식을 그냥 외우면 안 된다. 공식의 유도 과정을 이해하면 어떤 응용문제를 접해도 올바르게 풀 수 있다. 필자는 중고교 시절 외우는 일이 싫어서 수학공식을 암기하지 않고 시험 때 공식을 유도해서 문제를 풀고는 했다.

초중고교의 수학이나 과학 교사는 학생이 쉽게 이해하도록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교수법을 연구해야 한다.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반을 만든 뒤 호그벤의 ‘백만 인을 위한 수학’(Mathematics for the Million)이란 책을 갖고 후배에게 강의했다. 책도 재미있고 강의도 재미있게 하니까 많은 후배가 수학에 재미를 붙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중 2명은 과학기술부 장관이 됐다. 학계와 산업계에 진출해 성공한 후배도 여럿이다.

흥미진진한 교수법 연구해야

수학이나 과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이해가 잘 되고 재미가 붙는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서 문제가 풀릴 때 느끼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위에 언급한 스톤 기자의 기사에 있듯이 포스텍은 매년 학부생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며 본인이 원하는 과학연구를 마음대로 하게 도와준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는 교수가 놀랄 만큼 훌륭한 내용이 많다.

얼마 전 과학기술부가 주관이 되어 수학 과학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일은 매우 다행스럽다. 탁상공론에 그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져 수학 과학 교육이 올바른 궤도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박찬모 포스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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