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진근]‘미숙아 치료’ 정책적 배려할 때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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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신생아의 4∼8%는 미숙아로 태어난다. 낮은 비율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누구나 미숙아의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한 지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 혹은 조산아로 정의한다.

국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이젠 몸무게가 1kg이 넘지 않는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를 상당수 살릴 수 있다. 출산율이 1.13명인 저출산 시대에 신생아의 4∼8%인 미숙아를 제대로 살려내 건강한 사회의 일꾼으로 만드는 일만큼 효과적인 인구증가 정책은 없다.

그런데도 출산장려 정책은 대부분 임신과 출산, 보육에만 치중돼 있다. 세상에 태어난 미숙아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인공 보육기)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삶을 시작한다. 의료진의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의료장비와 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이나 신생아 전문의와 전공의 등 전문 인력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병원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현실적인 보험수가로 미숙아를 많이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진다. 현재 종합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비용은 하루 10만 원 정도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기는커녕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도 모자라는 액수다.

당연히 병원은 미숙아 치료 시설의 신설과 증설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는 의료장비 구입의 회피, 치료 인력과 시설의 감축으로 이어져 미숙아를 치료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

미숙아를 치료하는 국내 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정책적 배려는 걸음마 단계다.

미숙아는 면역력이 약해 사소한 바이러스 감염에도 치명적 피해를 보기 쉽다. 예를 들어 ‘RS 바이러스’는 1세 이하 아이의 경우 사망률이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1.3∼2.5배 높을 정도로 미숙아에게 위험하다.

RS 바이러스에 미숙아가 감염되지 않게 하려면 예방항체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혀야 한다. 국내에서는 ‘기관지 폐 형성 이상’이 있는 미숙아를 위해서만 RS 바이러스 예방항체 주사제에 보험을 적용한다. 외국의 경우 임신한 지 35주 이하인 미숙아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보험을 적용한다.

미숙아가 입원한 상태에서는 환자 부담금이 없지만 퇴원 후 외래진료를 받으며 주사를 맞으면 보험가격의 50%를 내야 한다. 입원해 있을 때는 무균 시설을 이용하면서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지만 퇴원 후 가정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아 현실에 맞지 않는 보험정책이다. 미숙아의 경우 환자 부담금을 낮추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한국에서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렵게 태어난 미숙아를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일 또한 인구를 늘리는 훌륭한 정책이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내하는 미숙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산의 고통을 함께 이겨낸 미숙아가 건강하게 세상에 첫발을 내딛기를 부모와 함께 기원한다.

장진근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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