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15 남북 이벤트, 애당초 국민의 행사 아니었다

  • 입력 2007년 8월 5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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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코앞에 두고 약속을 깨는 북한의 고질(痼疾)이 또 도졌다. 북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8·15 민족통일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그제 남측에 통보했다. 행사를 불과 열흘 앞두고 대표단 100명을 보내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북한이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남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북은 역시 신뢰하기도, 다루기도 어려운 상대다. 그런 북에 언제까지 끌려 다녀야 할지 답답하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가 자초한 면이 크다. 북이 무슨 짓을 해도 저자세로 일관하니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닌가. 이젠 북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바꿀 때가 됐다.

북한이 8·15 공동행사를 거부한 배경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북측은 실무협의에서 반북(反北)행동 방지를 요구하면서 한나라당 의원의 귀빈석 착석과 연설에 반대했다고 한다. 불참을 통보하는 팩스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도 문제 삼았다. 부산 행사를 정치 군사적 목표 달성을 위한 무대로 활용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불참하기로 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귀빈석) 입장을 반대해 파행으로 끝난 6월 평양 6·15 행사와도 맥이 닿는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남한 세력 가운데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단체가 많다. 한국진보연대 산하 단체들은 통일선봉대라는 것을 만들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전국을 돌고 있다. 이들이 부산에 집결해 벌일 집회가 어떤 행사가 될지 눈에 선하다. 6·15와 8·15를 명분 삼아 시작된 행사가 북한의 선전무대로 변하는 것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을 기만하는 남북 행사는 중단돼야 한다. 마침 북한이 계기를 제공했다.

8·15 공동행사는 국민의 발의와 지지로 시작된 것도 아니다. 남과 북의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라는 단체가 2001년부터 주도해 온 ‘그들만의 행사’다. 이번 부산 행사도 마찬가지다. 남측 위원회가 합의를 깬 북한에 유감을 표명할 정도의 소신이나 있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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