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 명성-대외신인도 '오점'

  • 입력 2007년 8월 5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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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생산라인이 예기치 않았던 정전으로 가동 중단된 사태가 발생하자 삼성그룹 수뇌부도 크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기흥공장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는 멈춰설 수 없는 최첨단 시설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5일 "이건희 회장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사고에 대해 보고받았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사고와 관련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사고를 조사하거나 수습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사고원인을 규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 피해 규모 등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당장은 아니더라도 문책성 인사나 관리 체계 강화, 분위기 쇄신 등 그룹 차원의 수습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원인이 불가항력이나 예측 불가능의 성격이 아니라 관리 부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명날 때는 그에 따른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전사고는 '철저한 시스템 관리'로 명성이 높은 삼성 내부에 끼친 충격이 적지 않다.

◇ 삼성의 대외 신인도에 '먹칠'

이번 정전사고는 현재까지 잠정적으로 집계된 물질적인 피해액인 400억 원을 훨씬 능가하는 무형의 손실을 삼성에 안겨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진 수준의 자연재해가 아닌 관리상의 허점이나 사고로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은 완벽에 가까운 초정밀 공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도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와 이중삼중의 안전정치를 갖춘 최첨단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소한 비품이나 말단 직원의 품행조차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삼성이 수조원이 투자된 핵심 사업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정전사고가 발생했다는 데 대해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실적 회복 가로막는 '악재'될까

기흥사업장 라인가동 중단이 가까스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실적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추산한 피해규모 400억 원은 한때 일각에서 수천 억 원대의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4일 정오를 기해 기흥공장 전력공급 재개는 물론 K2 지역의 6개 라인 가동이 모두 정상 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측의 생산라인 정상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기흥사업장의 매출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인해 올해 2분기(4~6월)에 영업이익이 1조 원 밑으로 내려가는 등 2001년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삼성측은 세계 반도체 시장 가격이 상반기에 바닥을 쳤고 이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3분기(7~9월)에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정전사고가 삼성전자의 매출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국제가격 개선으로 모처럼 맞고 있는 실적 개선의 호기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 그룹 '분위기 쇄신' 몰고 올까

이번 정전사고가 삼성 그룹내 위기의식이나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올들어 '샌드위치 위기론'을 제기해 "5-10년 이후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걱정"이라고 거듭 우려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까지 겹쳐 적지 않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6월부터는 계열사별로 사업 재조정 및 재배치, 이에 따른 인력 조정 등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이 경쟁력 강화방안은 특히 올해 상반기에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나 삼성SDI 등을 중심으로 강도높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이 같은 위기 의식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내부의 시스템 관리 강화나 경쟁력 강화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는 올해 하반기 경영 실적과 맞물려 내년 초 정기인사나 조직개편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삼성은 그동안 실적 호조가 이어지자 최고 경영진을 거의 바꾸지 않았으며, 그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연초 정기인사 때 마다 그간 누적됐던 인사 요인 해소를 위한 대폭 인사설이 제기됐었다.

삼성 사상 초유의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사태가 삼성의 실적, 경쟁력 강화추진, 분위기 및 인적 쇄신과 어떻게 맞물릴지 삼성은 물론 재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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