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 재가동 "손실 400억 이내"

  • 입력 2007년 8월 5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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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반도체 엔진이 정전사고 하루 만에 다시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5일 "지난 3일 정전으로 전원 공급이 중단됐던 반도체 생산 라인에 전원공급이 재개돼 4일 정오부터 평일과 같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오후 2시30분 기흥공장 내 변전소 설비 고장으로 발생한 정전으로 인해 K2 지역 6개 라인이 멈춘 지 21시간30분 만이다.

◇ 세계를 놀라게 한 삼성 발 쇼크 = 세계 낸드 플래시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라인 가동 중단 소식을 접한 전 세계 IT 업계는 하루 동안 긴장 속에서 삼성전자 발 악재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당장 삼성전자에서 낸드 플래시를 공급받는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주가는 삼성전자의 라인 가동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3일(현지시간) 1.34% 떨어진 134.66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샌디스크나 마이크론 주가는 삼성의 낸드 공급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낸드를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뛰었다.

샌디스크는 3일 4% 오른 54.88달러, 마이크론은 1.78% 상승한 12.03달러로 올랐다.

현물시장의 낸드 가격도 6-7% 급상승하면서 충격파를 실감케 했다.

대만의 온라인 반도체 중계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8Gb 제품은 싱글레벨셀(SLC)이 평균가 19.02달러, 멀티레벨셀(MLC)이 평균가 8.92달러로 전날보다 각각 6.31%, 7.41% 급등했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라인을 예상보다 조기 정상화함에 따라 세계 IT 시장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전자의 라인이 조기 가동됐지만 생산 설비의 최적화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가동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견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해 낸드 가격의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E타임즈는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를 인용해 "수요대비 공급이 모자랐던 낸드 플래시의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아무래도 낸드 플래시 공급 체인망에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초일류 기업에서 왜 이런 일이? =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와 각종 안전장치 등을 갖춘 최첨단 공장이 정전으로 라인 6개가 동시에 멈춘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사고는 기흥공장 내부 변전소의 배전반 퓨즈가 소실되면서 정전이 발생, K2 지역 생산 라인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어났다.

한전 측은 삼성전자 등 대용량 사업자들은 모두 자신이 소유, 관리하는 수전 설비를 통해 전력을 받아 사용하기에 송전 과정에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여러모로 사고 원인을 찾고 있지만 결국 거대 생산 라인이 가동하는 기흥 공장의 배전 설비를 관리 주체인 삼성전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흥공장은 지난달에도 K1 지역 라인에도 전력 공급이 일시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응급 복구가 마무리됨에 따라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변전소 설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초유의 위기 사태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 라인 가동을 하루 만에 다시 재개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은 업계 1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은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기흥 공장으로 뛰어 내려가 현장 복구를 진두지휘하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 피해액은 얼마일까 =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만의 지진 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업계와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지난 2000년 대만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을 때 메모리 가격이 순식간에 6-7배씩 폭등한 전례를 떠올리며 "아무리 빨리 피해를 복구한다 해도 낸드 플래시 생산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 3.4분기 낸드 생산량의 15%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진과 정전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진은 정밀한 반도체 생산 장비를 뒤흔들어 놓기 때문에 모든 기계를 다시 손봐야 하지만 정전은 단순히 흐름이 중단된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라며 "전원이 공급된 지 12시간 정도 지난 후 라인 가동은 정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손실액도 최대 400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투입됐던 웨이퍼 폐기 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업계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가동이 중단됐던 6개 라인에는 월 평균 100만장, 하루 평균 3만-4만장의 웨이퍼가 투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웨이퍼가 투입되면 보통 1달간 300여건의 공정을 거치는데 공정과 공정 사이에는 웨이퍼를 안전 박스에 별도 보관하기 때문에 공정대기 물량은 전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웨이퍼는 기계가 갑자기 멈출 당시 기계 안에 물려 있던 일부 물량"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투입됐던 웨이퍼를 하나하나 점검하며 불량품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인의 수율 문제와 관련, 삼성전자는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업계의 우려와 달리 라인의 수율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바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전 때 모든 장비의 전원이 한꺼번에 끊긴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전원 공급이 중단돼 기계에 큰 무리를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추후수율 조사 결과도 사고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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