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성인질, AFP와 통화…"죽고싶지 않아요" 구명호소

  • 입력 2007년 8월 5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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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23명의 한국인 인질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4일 한 외신과의 통화에서 "인질들의 건강이 좋지 못하며 저들(탈레반)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모두들 공포 속에 지내고 있다"고 울먹이면서 조속한 구명을 호소했다.

자신의 이름을 '싱 조-힌(Sing Jo-hin)'으로 밝힌 이 여성은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악센트가 있는 영어와 아프간 방언인 다리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그들은 우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이들은 매우 위험하다. 죽고 싶지 않아요"라며 한국 정부와 유엔, 교황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구명을 위해 노력해주도록 간절히 호소했다.

'싱 조-힌'이란 이름은 샘물교회 측에서 밝힌 20명이나 아프간 현지에서 합류한 3인(임현주, 이지영, 박혜영)의 명단 속에는 없고, 비슷한 이름을 추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샘물교회측은 '싱 조-힌'이란 이름의 확인 요청에 "이 여성이 아프간 방언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지에서 합류한 3명 중 한 명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이날 통화는 아마디 대변인의 주선에 이어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이 아프간에 주재하는 한 외신에 전화를 건 뒤 인질을 기자에게 바꿔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여성은 "우리 대부분 모두 아프다. 상태도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면서 폭염 등을 들어 "날씨에 적응도 안 되고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으며 잘 수도 없다. 한국과 집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구해달라. 우리는 무고한 사람들로 아픈 사람들을 돕기 위해 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모두 아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리어로 의사를 밝히던 이 여성은 영어로 말하도록 주의를 받은 듯 곧 이어 영어로 "얼마나 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죽고 싶지 않다. 우리는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모두 아프고 약하다. 매일 살기가 정말 힘들다"며 "우리는 정말 집에 가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들을 구출하기 위해 군사 작전이 개시돼서는 안된다며 "전쟁은 안된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진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도 자신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구명 노력과 관련해 "그들은 우리가 석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탈레반 측과 대화해야 한다"면서 아프간 정부에도 도움을 간청했다.

그는 "세계 교회도 우리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여성은 다리어로 인질들이 나뉘어 수용돼 있으며 자신은 다른 3명의 인질들과 함께 있다면서 "다른 이들이 살아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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