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경선위장, 혼합방식 중재안 내놓을듯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코멘트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관리위원회는 3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이명박 박근혜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경선 여론조사 문항에 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박관용 위원장(오른쪽)에게 중재를 위한 전권을 위임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관리위원회는 3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이명박 박근혜 후보 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경선 여론조사 문항에 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박관용 위원장(오른쪽)에게 중재를 위한 전권을 위임했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가 2일 표결을 통해 경선 여론조사 질문 방식을 ‘선호도 방식’으로 결정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지지도 방식’이 아니면 경선 불참까지 고려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선관리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6일로 미뤘다. 최구식 경선관리위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 중재를 거쳐 6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오늘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의원과 개별적으로 만나 내 중재안을 설명했는데 모두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중재안은 선호도 방식과 지지도 방식을 혼합한 ‘누구를 뽑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종 결정권은 당 경선관리위원회에 있지만 각 캠프가 4일까지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여론조사위의 ‘선호도 방식’ 결정 과정

12명으로 구성된 여론조사위는 지난달 25일 회의에서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겠느냐’(지지도 방식)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게 좋으냐’(선호도 방식)는 2개 문안을 놓고 별도의 토론 없이 표결로 최종안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일 회의에서 A 교수가 ‘선호도 방식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강용식 위원장이 ‘누구를 뽑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을 절충안으로 내자 박 전 대표의 대리인 김준철 위원이 “당초 합의를 깼다”며 퇴장했다.

김 위원은 통화에서 “A 교수의 발언은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었고, 합의안에 없었던 중재안을 위원장이 제시해 부당한 행동으로 보고 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통화에서 “직전 회의에 불참한 A 교수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발언 기회를 준 것뿐이며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중재안을 냈던 것”이라며 “박 전 대표 측이 그동안의 토론 과정을 무시하고 판을 깼다”고 반박했다.

○ 질문 방식 왜 논란인가

이번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대의원, 당원, 비당원국민 등이 참여하는 직접투표 80%(18만5189명)와 여론조사 20%(4만6197명)를 합산해 득표수를 산출한다. 여론조사는 3개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2000명씩 총 6000명을 조사해 지지율을 득표수로 환산하는데 여론조사 지지자 1명은 투표율이 60%일 경우 4.6표로 계산되기 때문에 양 캠프가 사활을 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이후 당내 경선에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한 한나라당은 단수 후보를 선택하게 할 때는 선호도 방식을, 복수 후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지지도 방식을 썼다. ▶표 참조

선호도 방식은 범여권과 중도계층에서도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전 시장에게, 지지도 방식은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방식에 따라 1∼3%포인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YTN이 6월 7일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40.5%, 박 전 대표가 28.1%로 12.4%포인트 차가 났지만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35.9%, 박 전 대표가 26.0%로 격차가 9.9%포인트로 좁혀졌다.

박 전 대표 캠프 측 허용범 공보특보는 “최근 NBC-월스트리트저널, ABC-워싱턴포스트 등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선 지지도를 물었다”며 “지지도 방식은 세계 정치학회와 언론계에서 일반화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내 여론조사위원인 어수영(정치외교학)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갤럽은 올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느냐’라는 문항을 썼다”며 “미국에서는 ‘vote(투표하다)’, ‘support(지지하다)’, ‘prefer(선호하다)’ 등의 표현을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사위 간사인 허병기 현대리서치 회장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투표인단과는 별도로 전체 국민의 ‘생각’을 묻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8 대 3의 표결로 선호도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 캠프 공방

박 전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여론조사 문항은 세계 공통으로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누구를 찍겠느냐(지지도 방식)’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이 출마했던 2004년 3월 당대표 경선 때 선호도 방식을 택한 데 대해서는 “당시는 탄핵 역풍을 뚫고 가느라 일일이 따져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 전 시장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한다면 경선 참여가 맞는 일인지 고려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그동안 경선 룰과 관련해 불리한 결정을 받았지만 (우리는) 따라갔는데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 측이 왜 반발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후보 비서실장은 “이미 여론조사위에서 표결로 선호도 방식 선택을 결정했는데 이를 번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과거 선거관련 여론조사 질문유형
시기선거여론조사 질문
2004년 3월 당대표 선거누가 한나라당 대표로 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선호도)
2004년 7월당대표 선거(후보 5명의 이름을 열거한 후) 5명 중에서 2명을 뽑아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지지도)
2006년 4월서울시장 후보 경선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선호도)
2006년 7월당대표 선거(후보 이름을 언급한 뒤) 이 가운데 2명을 뽑아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지지도)

국내 주요 언론 여론조사 방식
언론사여론조사 방식
신문동아일보선호도
조선일보선호도(7월 2일에는 지지도 병행)
중앙일보지지도
방송KBS선호도
MBC선호도
SBS선호도
YTN선호도·지지도 병행
한나라당과 범여권 대선주자 10여 명을 놓고 묻는 방식.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