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석방조건 일부 바꿀수도”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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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 21명의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가 탈레반 측과 대면 협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죄수 1 대 1 맞교환’이라는 탈레반 측 요구조건이 다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가즈니 주 탈레반 사령관 물라 사비르는 3일 본보 현지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 씨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는 그대로지만 인질과의 교환 조건엔 약간의 변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고 칸 씨가 전했다.

하지만 그는 변경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칸 씨는 덧붙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의 요구조건인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탈레반의 요구도 변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대표와 탈레반 측은 이날 전화 접촉을 통해 대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협상장소와 서로의 신변 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AP통신과의 통화에서 “만약 유엔 측에서 탈레반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가즈니 시를 포함해 아프간 정부가 장악한 지역 또는 국외에서도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마디는 이날 교도통신과의 통화에서 “여성 인질 2명은 건강한 사람들처럼 제대로 식사를 할 수도, 걸을 수도 없으며 부축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질들을 치료하기 위해 접근을 시도했던 의사 하심 와하즈 씨도 인질 2명이 내과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이날 아프간 민간 의료팀의 인도주의적 치료 제안을 거부했다. 아마디는 AFP통신에 “병세가 위중한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우리가 요구한 수감자 2명과 교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청와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지에 주둔 중인 동의부대 의료진을 가즈니 주 인근에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인질 문제의 처리를 위해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탈레반 측과 가즈니 주 종교지도자들의 회동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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