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마저 빈손… 잠 못 이루는 盧대통령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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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무거운 귀국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3일 아프간과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발걸음 무거운 귀국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3일 아프간과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인천=김재명 기자
■ 정부 협상노력 문제는 없나

노무현 대통령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3일로 발생 16일째를 맞았지만 인질 석방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사태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1일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첫 희생자가 나오자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특사로 임명해 아프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상황은 아직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외교적 카드가 소진된 모습을 보이자 일각에선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미국 역할론’을 제기해 임기 말 공을 들여온 한미관계가 자칫 난기류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노 대통령=진퇴양난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노 대통령의 말수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30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피랍자 구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3일 백 실장이 특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상황 타개를 위해 창의적인 의견을 많이 내놨으면 좋겠다”고 한 것 정도다.

노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취소하면서까지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탈레반이 현재의 인질 석방 요구조건인 ‘수감자 맞교환’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불면의 밤을 보내게 하는 요인이다.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한 성명 발표는 결과적으로 성급하게 사용한 ‘카드’라는 비판을 낳았고, 이후 탈레반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 한국 외교의 무기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국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게다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미(反美) 감정이 고개를 들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 일부가 반미 정서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칼날 위를 걷는 인질석방 외교=그동안 정부의 외교는 성명외교→아프간 정부를 통한 설득외교→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무대에서의 다자외교와 파키스탄 등 주변국 설득의 형태로 진행됐다.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지만 아프간 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상대로 한 막후외교도 펼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성적표는 초라한 편이다.

인질 2명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피랍자에 대한 의약품과 생필품 전달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인도주의적 요구조차 관철시키지 못할 정도로 협상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탈레반과 접촉하면서도 모호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법으로 제한적인 외교 역량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프간이 정권을 지키려는 카르자이 정부와 6년 만의 정권 탈환을 노리는 탈레반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지역인 점을 고려하면 협상에 임하는 태도를 명확히 할 경우 자칫 인질 석방을 위한 여건을 악화시킬 소지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백 실장은 3일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특사 활동의 성과를 묻자 “나중에 답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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