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잡아라”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코멘트
한 국 “납치는 이슬람율법 위배” 명분 부각

탈레반 “선교 활동” 몰아세우며 합리화 노려

독 일 “감정접근 차단” 피랍자 신원도 함구

‘여론의 움직임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한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를 놓고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 치열한 여론 홍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면 아프간 현지와 국제사회의 여론이 자신 쪽에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랍 사태 발생 직후부터 줄곧 “국내외 언론 보도나 아프간 및 국제사회의 여론이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정부 견해가 탈레반 측에도 곧바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 무분별한 외신 보도에 대해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순수한 봉사활동 목적으로 아프간을 찾은 외국인을 납치하는 것은 부당하며, 여성을 인질로 삼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도 어긋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아프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 나서고 유엔과 아랍연맹 등 국제기구, 미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우방의 성명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탈레반은 외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흘리며 아프간과 한국, 국제사회의 여론 변화를 살피고 있다. 탈레반은 사실과 거짓 정보를 계획적으로 섞어 언론에 내보내며 당사자들의 반응을 보고 있다.

특히 아프간 현지 여론에 민감한 탈레반은 피랍자들의 ‘종교 문제’를 현지 언론과 외신을 통해 부각해 자신들의 납치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독일 정부는 탈레반의 이런 홍보전이 효과를 얻을 것을 우려해 자국민 피랍자 신원과 가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에 대한 감정적 호소를 막아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 독일 정부는 탈레반이 외신을 통해 피랍자의 신변에 대한 위협과 주장을 내놓을 때도 대부분 부인했다. 심지어 납치 세력이 탈레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에 피살된 자국민을 옮겨 독일에서 부검까지 끝냈지만 독일 언론은 희생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전체 이름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