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한획’으로 사기 밝혀내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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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4’자(오른쪽)와 정상적으로 기재된 ‘4’자의 필압을 강화시킨 형태.정상적으로 기재된 왼쪽 4자는 ‘∠’자를 기재한 뒤 ‘1’자를 기재하였으나 문제된 뒤의 4자는 1자를 기재한 후 ∠자를 기재한 흔적이 나타난다.
문제의 ‘4’자(오른쪽)와 정상적으로 기재된 ‘4’자의 필압을 강화시킨 형태.정상적으로 기재된 왼쪽 4자는 ‘∠’자를 기재한 뒤 ‘1’자를 기재하였으나 문제된 뒤의 4자는 1자를 기재한 후 ∠자를 기재한 흔적이 나타난다.
정상적으로 쓴 ‘4’자와 ‘1’자 위에 ‘∠’를 덧씌워 만든 ‘4’자를 구별할 수 있을까.

검찰이 3일 발행한 온라인 소식지 ‘뉴스프로스’의 ‘한 획(劃)에 담겨진 진실’이란 글에 해답이 실렸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 유경숙 수사관은 이 글에서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문서감정 기법과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유 수사관은 지난해 말 “제대로 된 난감한 사건” 하나를 맡았다. A 씨는 부동산업자 B 씨에게 토지 및 건물 매각을 의뢰하면서 2004년 1월 30일까지 팔아줄 경우 별도의 활동비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땅과 건물을 2월에 판 B 씨가 활동비를 받아내기 위해 계약서상 1월 30일의 ‘1’자 위에 ‘∠’를 덧칠해 ‘4’자로 변조한 것.

유 수사관은 먼저 ∠를 덧칠할 때 원래 계약서와 다른 필기구를 이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빛의 파장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잉크 성분을 구분하는 ‘광학적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같은 필기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 수사관은 필압(筆壓)과 필순(筆順) 등을 확인하는 필적 감정을 시도했다.

3D 기법을 동원해 필압을 강화시켜 본 결과 계약서상 다른 4자와는 달리 문제의 4자는 1을 먼저 쓰고 그 위에 ∠를 덧씌운 사실이 결국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B 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낸 뒤 사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유 수사관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갈수록 문서 위조 기법이 지능화, 전문화돼 가고 있다”며 “삼복의 무더위 속에 문서감정실 직원들은 묵묵히 필적 및 인영(印影)과 지문들 속에 숨겨진 진실과의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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